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2.25%포인트(p)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고심도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은 14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5.00∼5.25%로 동결했다.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여 동안 10차례 연속 오르던 미국 기준금리는 제동이 걸렸다. 다만 이번 동결은 금리인상의 종료가 아닌 한 차례 건너뛰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시장의 평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앞으로의 물가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라며 “거의 모든 FOMC 위원들은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추려면 올해 중 추가 금리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밝혔다.
연준이 공개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에 따르면,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는 5.60%로 제시됐다. 이는 3월 전망치(5.10%)보다 높은 수준으로 하반기 두 차례 정도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한국은행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폭은 1.75%p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만약 한은이 계속 금리를 동결하고, 미 연준이 두 차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25%p 인상)을 밟는다면 양국의 금리 격차는 최대 2.25%p까지 벌어질 수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우려가 커진다.
격차를 좁히려면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은은 올해 2월과 4월, 5월 세 차례 연속 동결을 선택하며 추이를 지켜봐 왔다.
무리하게 기준금리를 더 올려 경기위축을 부추기기보다는 금리를 유지하면서 물가·환율·경기 등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양국의 금리 역전 폭이 더욱 벌어진다면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물가는 악영향을 받는 셈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6명의 금통위원이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 금리로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