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상승 및 착공·인허가 감소에 입지·가격 따라 '수요 회복 속도 차'
지난해 침체했던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띤다. 올해 초 대대적인 규제 완화 이후 평균 청약 경쟁률이 50대1에 육박하는 등 분위기가 다시 올라오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방에는 1순위 평균 경쟁률이 1대1에도 못 미친 시도가 수두룩하다. 전문가들은 공사비가 오르고 주택 착공·인허가가 줄면서 입지와 가격에 따라 지역별 분양 시장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14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올해 1~5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의 아파트 입주자 모집 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국 시도 중 서울이 가장 높은 1순위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조사 기간 1순위 평균 경쟁률은 서울이 49.85대1로 집계됐고 충북과 경남이 각각 27.83대1과 25.88대1로 뒤를 이었다. 이어 광주광역시 5.98대1, 부산 3.02대1, 경기 2.94대1 순으로 나타났다. 전북과 인천, 경북, 충남, 울산, 제주, 전남, 대구는 1대1 미만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연간 10.25대1에 그쳤던 서울의 1순위 평균 경쟁률 오름세가 돋보인다. 작년 하반기 둔촌주공 재건축과 장위뉴타운 등 대형 현장이 시장 침체로 분양 초반 고전했지만 올해 1·3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 발표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는 지난 13일까지 총 8개 아파트 단지가 청약 신청받았으며 이 중 5곳이 1순위에서 청약 접수를 마감했다. 특히 3월 청약받은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에는 특별공급 제외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198.76대1로 집계됐다. 지난주 청약에 나선 'DMC 가재울 아이파크'는 89.85대1, 지난달 청약받은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도 78.93대1 평균 경쟁률로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서울 분양시장이 살아나는 모습이지만 인천과 경기 등 나머지 수도권 지역과 지방은 입지와 가격 등에서 이점이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침체한 상황이다.
제주도 '서귀포 휴안 1차'는 지난주 78가구 모집에 1·2순위 합쳐 단 3명만 청약했고 경기에서 분양한 '부천역 청담더마크'도 72가구 모집에 62건을 접수하며 일부 주택형에서 미달했다. 지방 시도 중 1~5월 평균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충북과 경남은 각각 청주 테크노폴리스 내 단지들과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 등이 선전한 결과에 크게 영향받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미분양이 거의 없는 서울의 경우 건축비와 인건비 등이 오르고 주택 착공·인허가가 줄면서 내년이면 분양가가 더 비싸지겠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분양이 많은 인천과 경기, 지방은 아직 수요자들에게 선택지가 다양해 굳이 청약통장을 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이 경쟁이 치열해진 서울을 중심으로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 지방에서 입지와 가격 측 이점이 있는 지역 위주로 분양 수요가 서서히 퍼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청약률 통계에는 특정 사업지가 선전한 케이스가 반영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겠지만 그렇더라도 올해 들어 이 같은 두드러진 모습이 나타난 것이니 의미가 있다"며 "서울은 비교적 좋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이며 지방도 입지나 가격적 메리트가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지해 팀장은 "보통 서울 쪽은 평균 30대1 이상이면 꽤 경쟁이 치열한 건데 이미 50대1을 기록한 상황"이라며 "서울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천, 경기로 수요가 퍼져나가고 5대 광역시, 기타 지방 순으로 분양 경기가 살아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