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매 우선 낙찰권' 등 세입자 권리 2년 한시 적용도 논란
여야가 줄다리기 합의 끝에 전세 사기 특별법을 보완했다. 쟁점이던 피해 보증금 반환의 경우 최우선변제금을 지급받지 못한 세입자에게 미반환분만큼을 무이자 대출하기로 했고 전세 사기 피해 보증금 기준은 5억원으로 상향했다. 전문가들은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보증금 반환이 여전히 불가한데 이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경·공매 우선 낙찰권 등 세입자의 권리가 특별법에 따라 2년 한시로 끝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에 따르면 국토위는 지난 22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전세 사기 특별법을 위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 방안'을 마련했다. 전세 사기 임차인에게 거주 중인 주택에 대한 경매 우선 매수권을 부여하고 거주 주택을 경락(경매로 동산 또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일)받거나 신규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기금 구입자금 대출 요건을 최상위 자격인 신혼부부 수준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피해자에 대한 전세 보증금 지급 방안 마련을 주장하며 법안 통과가 미뤄졌다. 이후 여야는 최우선변제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기 피해자에게 미반환분만큼을 지역과 보증금 기준에 따라 최장 10년간 무이자 대출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최우선변제금은 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공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앞서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사기 피해자가 새 주택을 구하는 경우에는 최우선변제금을 넘는 금액에서 최대 2억4000만원을 저금리로 대출한다.
특별법 적용 보증금 기준도 4억5000만원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 5억원으로 확정했다. 또 넓은 면적 주택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주택 면적 기준을 삭제했고 기존 연 소득 7000만원(부부 합산)이던 지원 기준도 없앴다.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 피해자의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는 게 최선이지만 특별법을 통해서도 전세 보증금 반환이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점을 한계로 꼽았다. 최우선변제금 미반환분 무이자 대출로 보증금에 대한 우회적 지원을 택했지만 무이자 대출이 가능한 보증금 기준을 책정한 점도 미비점으로 지목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 계약이 민간 계약이다 보니 정부가 피해금을 물어주는 것도 쉽지 않고 시장에서 일어나는 사기 사건을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렵다"며 "사기 피해자들은 피해 금액을 돌려받는 게 최선의 결과인 만큼 이번 보완은 뾰족한 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경제부동산연구소장은 "정부와 국회가 처음부터 보증금 반환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피해자를 위한 더 실효성 있는 맞춤형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었다"며 "최우선변제금은 세입자의 당연한 권리인 만큼 무이자 대출 보증금 기준을 폐지하는 것도 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피해자에게 당연히 보장돼야 할 부분이 특별법으로 제정된 점을 지적했다. 특별법 적용 기간이 2년인 만큼 적용 기간 후에는 전세 사기 피해자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김인만 소장은 "사실 경·공매 우선 낙찰권 부여 등은 당연히 피해 세입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부분"이라며 "2년 한시 특별법에 따라 적용된 세입자 권리가 일반법으로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