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교역 품목 중 수출 경쟁력 열위 품목이 10년 사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수출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활용해 발표한 ‘최근 10년간(2013∼2022년) 수출 품목의 무역특화지수 분석’ 결과 한국이 수출에서 경쟁우위를 가진 수출특화 품목 수는 감소세다. 반면 경쟁열위를 가진 수입특화 품목 수는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수입특화 품목은 전체 1216개 교역품목 중 815개였지만 2022년 1221개 중 846개로 31개 늘어나면서 분석기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특화 품목은 동기간 401개에서 375개로 26개 감소했다.
전경력은 이같은 현상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을 기점으로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2019년 대비 수입특화 품목이 19개 급증하고 수출특화 품목은 18개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체 교역품목 중 수입특화 품목의 비중은 2019년 67.7%에서 2022년 69.3%로 1.6%포인트(p) 증가했다.
전경련 측은 “특정 품목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한국 수출구조의 특성상 과거에는 수입특화 품목이 수출특화 상태에 있는 품목보다 많아도 수출실적이 양호할 수 있었다”며 “최근 수입특화 품목의 증가세가 심화된 것은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앞으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수출 상위 10대 품목을 대상으로 경쟁력 변화를 살펴보면, 2013년 수입특화 품목은 ‘광물성연료’(무역특화지수 △53.9) 1개뿐이다. 여기에 ‘광학‧정밀‧의료기기’ 무역특화지수(TSI)가 2021년부터 양수(+)에서 음수(-)로 전환되면서 수입특화 품목이 2개로 늘어났다. 무역특화지수는 특정 상품의 상대적인 비교우위를 나타내는 지수로 지수가 100에 가까울수록 수출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반도체 등 전기기기’, ‘기계’, ‘자동차’ 등을 비롯한 나머지 8개 품목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했다. 다만 이중 5개 품목에서 무역특화지수가 감소하며 비교우위의 정도가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등 전기기기(2013년 30.4→2022년 23.0) △기계(11.1→3.3) △자동차(74.8→55.5) △선박(91.0→77.1) △유기화학품(26.7→21.1)의 5개 품목에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특화지수가 증가하면서 경쟁력이 강화된 품목은 △플라스틱(49.2→49.7) △철강(4.5→19.5) △철강제품(13.5→23.7) 등 3개에 그쳤다.
수입특화 품목의 증가세는 우리 수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중국을 중심으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對中) 교역에서 무역특화지수가 음수인 수입특화 품목은 2013년 전체 1168개 중 773개로 60%대(66.2%)였지만 2022년에는 1185개 중 918개로 증가했다. 이는 한국의 대중 수출품목 10개 중 7개 이상(77.5%)에서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특화지수가 양수인 수출특화 품목은 동기간 395개에서 267개로 감소하면서 전체 교역품목 대비 비중도 33.8%에서 22.5%로 10.0%p 넘게 감소했다.
대중 수출 품목별주 무역특화지수는 상위 10대 중 9개 품목에서 경쟁력이 약화됐다. 수출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 등 전기기기’(2013년 29.3→2022년 12.8)를 비롯해 △‘광학‧정밀‧의료기기’(71.9→31.7), △‘유기화학품’(70.7→28.2)의 무역특화지수가 절반 미만으로 감소했고 △‘플라스틱’(70.8→43.0) △‘석유 등 광물성연료’(73.8→64.7) 등 품목도 경쟁력이 약됐다. 또한 △‘기계’(20.2→△17.4) △‘자동차’(63.3→△41.7)는 양수였던 무역특화지수가 음수로 반전되면서 수출특화에서 수입특화로 전환됐다. 무역특화지수가 증가하면서 비교우위가 강화된 품목은 ‘정유‧화장품’(69.1→91.8)이 유일했다.
전경련은 향후 수출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입 특화된 품목을 수출특화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계 수입시장의 수요가 큰 첨단제품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 경제의 큰 축인 수출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첨단분야에 대한 한미, 한일 간 협력 등을 활용해 글로벌 수요가 큰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주력 수출품목으로 발굴해야한다”며 “더불어 반도체, 기계, 자동차 등 현재 주력품목에 대해서도 규제완화,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 초격차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