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반환채권 공공 매입 통한 구제안 등 제시
야당과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 등은 전세 사기가 정부의 관리 부실, 정책 실패에 따른 사회적 재난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이 피해자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우선 매입하고 나중에 회수하는 '선구제-후회수' 방안이 전세 사기 특별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심상정 정의당·용혜인 기본소득당·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 사기 특별법에 '선구제-후회수' 방안을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 정부·여당은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경·공매 유예·정지 △우선매수권 부여 △조세채권 안분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한 매입임대 사업 시행 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경·공매 낙찰 시 금융·세제 지원과 생계비 지원, 찾아가는 지원 서비스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특별법에 따른 지원 대상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 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집행권원 포함)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 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 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다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경우를 모두 충족하는 자다.
이와 관련해 야당 의원들과 대책위 등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피해자를 골라내고 갈라치기 위한 법"이라고 비판하며 특별법에 선구제-후회수 방안을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용혜인 의원은 "피해액의 100%를 보상할 수는 없더라도 보증금의 70~80% 정도 수준에서 정부가 선매입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중요한 해법"이라며 "적정 수준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선매입이 활성화된다면 대출 지원 사각지대 문제, 경매 지연이나 정부 매입임대 우선 매입권 행사에 따르는 복잡하고 어려운 법적인 문제들도 상당 부분 완화되고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구제-후회수 방안은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이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반환채권을 매입해 피해자들을 선구제하고 추후 이를 회수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전세 사기가 사회적 재난이라고 보기 어렵다", "모든 사기 피해는 평등하다", "피해 금액을 정부가 먼저 대납해 주고 충당하는 제도는 있지도 않고 선례를 남겨서도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야당과 대책위는 전국에서 수천, 수만명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공간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은 다른 사기 피해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이 특별법으로 대단한 대책을 내놓는 것처럼 국민들을 기망하고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조오섭 의원은 "전세 사기와 깡통전세는 분명 사회적 재난"이라며 "이번 피해 대부분은 임대인, 중개인이 꾸민 악질적 집단 사기 행각으로 발생했고 정부의 무분별한 대출 보증 확대, 악성 임대인 관리 부실 등에서 책임이 있다. 정책 실패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의원도 "최소한 현행 최우선 변제 제도를 현실화하고 그것을 확대 적용해 우선 변제금이라도 받게 해줘야 한다"며 "이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존재하고 운용하고 있는 이 제도를 현실화하고 확대 적용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이고 검토해 볼 만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