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회장 강조 '디지털 대전환' 박차
中→美 핵심 타깃 변경…모델·로고 교체
아모레퍼시픽이 사업 체질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유통 포트폴리오 개편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중국에 집중됐던 글로벌 사업을 북미로 다각화하고 있다. 실적 반등을 꾀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악화된 성적표를 받으면서 경영 효율화에 안간힘이다.
아모레퍼시픽의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4조4950억원과 2719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각각 16%, 24% 감소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면세채널·중국사업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역시 매출 11% 감소, 영업이익 45% 감소로 부정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급부상하며 중요성이 커진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그 일환으로 올해 주주총회에서 박종만 디지털유닛장(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박 유닛장은 네이버 이커머스 본부장, 스마일게이트스토브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거쳐 2018년 아모레퍼시픽에 합류한 디지털 전문가다.
아모레퍼시픽은 또 지난달 뉴커머스(옛 방문판매) 채널 카운슬러의 온라인 판매를 위한 커머스몰 서비스를 테스트했다. 다만 공식 커머스몰은 당초 4월 중 정식 오픈될 예정이었으나 시스템 안정화 등으로 이달 중 론칭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외 2040세대 타깃으로 한 새로운 회원 체계 기반의 디지털 사업모델도 추가할 방침이다.
이는 그룹 3대 전략 중 하나로 ‘디지털 대전환’을 강조해온 서경배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서경배 회장은 그간 “디지털·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채널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맞춤형과 비대면 솔루션 등 미래 성장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사업의 중심축을 중국에서 북미로 옮겼다. 지난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매출이 전년 대비 23% 감소(2022년 사업보고서 연결 자회사 매출 기준)한 반면 북미 매출은 같은 기간 80%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상반기 중국 내 이니스프리 로드숍(원브랜드 매장) 67개의 문을 모두 닫는다. 아모레퍼시픽은 2012년 진출한 뒤 매년 100개씩 매장을 오픈하며 2019년 600개 이상까지 늘렸다. 하지만 변화된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중국 소비자에게 외면 받았다. 지난달에는 에뛰드하우스의 중화권 유일 매장이었던 홍콩 몽콕점을 폐점했다. 헤라·아이오페·마몽드 매장도 2022년 철수했다. 설화수만 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한다.
아모레퍼시픽은 멀티숍(여러 브랜드를 모은 매장) 매대 운영, 티몰·징동 등 온라인몰 중심으로 채널을 재편해 중화권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대신 북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Tata Harper)’를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타타 하퍼와 공동연구로 제품 경쟁력을 키우고 신규 카테고리로 영토를 넓힌다.
아모레퍼시픽은 특히 글로벌 입지 강화를 위해 주요 브랜드의 모델·로고도 바꿨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글로벌 앰버서더로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배우 틸다 스윈튼을 발탁했다. 로고도 한자어 ‘설화수(雪化秀)’를 뺀 영문명 ‘Sulwhasoo’로 단순화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과 온라인 채널 중심의 유통 전략, 현지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등 입체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