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를 시작으로 증권사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관련 우발채무가 2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돈맥경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가득하다. 정부와 금융당국, 유관기관의 노력으로 회복되는 양상이지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근심은 여전하다. 증권사별 건전성과 활로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증시 불황 속 소송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등 수익성 지표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고삐를 죄는 한편, 자체 디지털 역량 강화를 통해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유동성·부채비율 크게 개선
23일 금융투자협회,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ROE와 ROA는 각각 –1.4%, -0.2%다. 이는 증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소송 패소 등 악재로 당기순손실 235억원을 기록한 영향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1월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관련 민사 항소심에서 일부 패소해 배상액을 선지급 하게 됐다.
다만 한화투자증권은 유동성비율과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 지표를 전반적으로 크게 개선해 내실을 도모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유동성 비율은 162.8%다. 이는 전년 말과 비교해 30.2%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유동성비율은 신용분석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다.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 또는 신용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사용된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유동성비율 권고치를 100%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투자증권은 안정적이다.
한화투자증권의 유동성비율을 최근 3년까지 확대하면 지난 2019년말 156.4%에서 △2020년말 137.6%(전년 대비 18.8%p↓) △2021년 132.6%(5.0%p↓) 등으로 2년 연속 하락세를 그렸다.
한화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전년 말과 비교해 110.3%p 상승한 600.9%다. 이를 최근 3년간으로 확대하면 △2019년 688.8% △2020년 800.7%(111.9%p↑) △2021년 490.6%(310.1%p↓) 등이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자본 기준 상위 15개사 부채비율 평균(704.1%)보다 안정적이다.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은 △2019년 12.7% △2020년 11.1%(1.6%p↓) △2021년 16.9%(5.8%p↑) △2022년 14.2%(2.7%p↓) 등이다.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지만 금융회사 권고치(8% 이상)를 상회했다.
이 밖에 순자본비율도 2019년 534.3%에서 2020년 558.6%로 24.3%p 상승했다. 다만 2021년 766.0%(207.4%p↓), 2022년 487.0%(279.0%p↓) 등으로 2년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당국 권고치(100% 이상)를 웃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디지털 역량 강화를 통해 미래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ESG 정도경영…베트남·싱가포르서 입지 강화
한화투자증권은 동남아 사업에도 몰두하고 있다. 통상 동남아 시장은 금융 산업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돼 증권사들 사이에서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한화투자증권은 2019년 베트남 증권사 HFT를 인수해 파인트리(Pinetree)증권을 출범했다.
이후 2020년 10월 자체 원장 개발을 완료하고 신규원장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해 11월엔 투자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 IB 라이선스를 추가 취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베트남 법인 출범 2년 만에 2021년 1분기부터 흑자 전환해 연간 13억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달에는 베트남 현지 중형 은행인 남아은행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디지털 금융을 확장하고 이용자 수요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싱가포르 법인은 2020년 6월 금융투자업 예비인가와 9월 최종인가를 획득했다.
싱가포르 법인은 리서치 역량 강화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현지 법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용자 확대와 은행, 연기금 등의 기관 영업을 수행하고 있다.
싱가포르 법인은 앞으로 동남아 유망 대체투자상품, 비상장회사 등을 발굴해 글로벌 사업확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3월17일 베트남 하노이 간담회에서 “현지 사업 환경의 개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업 환경은 더 나아질 전망이다.
아울러 한화투자증권은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STEPS’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역량 강화도 놓치지 않고 있다.
그간 한화투자증권은 NHN페이코와 PAYCO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개설과 펀드, 채권 매매가 가능하도록 업무협약을 맺었다. 또 우리은행과 디지털 전환을 위해 우리은행 모바일 앱 ‘우리WON뱅킹’에 한화투자증권의 주식투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은행인 광주은행 업무협약을 맺고 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국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서비스 제공 영역을 확대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베트남, 싱가포르를 넘어 동남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글로벌과 디지털 역량 강화에 더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놓치지 않고 금융 소비자 보호에 힘써 고객과 함께 멀리 신뢰받는 금융 파트너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