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테라⸱루나 대폭락, 세계3위 거래소 FTX 및 관련 기업 파산, 최근 미국의 크립토 친화 3대은행 파산을 계기로 국제 금융기구와 주요 국가 금융당국은 코인 리스크가 금융권 리스크로 전이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가상자산 관리감독 국제 표준안 마련과 채택에 속도를 내고 있다.
G20 지도자 회의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선언문에서 가상자산 관리감독 국제 표준안을 조속히 마련해 채택하기로 합의했고, 이에 근거해 G20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금융안정위원회(FSB)에서도 올해 7월 중 국제 표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국제통화기금과 금융안정위원회는 올해 9월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하는 G20 지도자 회의에 국제 표준안을 공동 제출하고 이를 채택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아울러 올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하는 G7 정상회의 선언문에 투자자 보호 등 가상자산 규제 방향을 포함할 수 있도록 주최국인 일본은 관련국과 협의 중에 있다.
우리 금융당국과 여당인 국민의힘도 ‘스테이블코인(보통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는 암호화폐)’과 ‘유틸리티코인(특정 서비스·제품을 네트워크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효용성을 제공할 목적으로 발행되는 암호화폐)’에 대해 상장, 공시, 유통, 평가, 이해상충, 통합 전산 시스템 구축 등을 대상으로 한 2단계 보완 입법도 올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기로 합의하고 후속조치 중에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과 여야 국회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부분 개정을 전제로 한 ‘한국형 가상자산법안’을 완성하고, 이를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다만 현재 국회에 제출해 있는 법안에는 산업경제적 접근이 전혀 없는 점을 감안해 유럽연합 암호자산통합법안(MiCA) 또는 미국의 백악관의 디지털 자산 프레임 등을 감안해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 산업 육성 방안도 포함해 검토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인 불공정 거래 규제 중심의 가상자산 1단계 법안인 경우 국회통과 및 정부 공포 후 1년이 되는 시점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가상자산법 제정 및 시행 노하우가 전혀 없는 데다 국제 표준안도 아직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 규정 제정, 그에 따른 행정지침 마련과 함께 행정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데에 상당한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인 가상자산 1단계 법안이 올해 4월 중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빨라야 내년 5월 이후에나 시행하게 되고, 상장과 공시 등을 포함한 2단계 보완 법안도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하더라도 내후년인 2025년 상반기에 가서야 시행하게 되면서 최소 1년에서 2년 이상의 입법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앞으로 1년 이상 2년 사이에 강남 납치살해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국민들의 세금에 의해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아직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테라⸱루나 대폭락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정부 당국은 ‘아직 가상자산법이 없어서 조치할 방안이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으며, 여야 정치권은도 가상자산법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선문답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5월과 6월 테라⸱루나 대폭락 당정 대책 회의를 갖고 아직 가상자산법이 없는 점을 감안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이 많은 5개 원화거래소에서 우선 자율규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5개 원화거래소들도 협의체인 닥사를 구성하고 지난해 10월까지 자율 규제(안)을 확정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월 가상자산 금융리스크 점검 토론회에서 ‘자율 규제는 규제가 아니다, 지금 규제의 틀을 어떻게 둘지에 대한 입법적 고민은 국회에서 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을 비롯한 여러 이해 관계자들도 이에 대한 의견을 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제 더 이상 코인 투자 피해가 금전 손실을 넘어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 가상자산법 제정 시행 입법 공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