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주요 시중은행의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1% 중후반대에 멈춰있던 수익률은 올해 들어 2%를 넘어섰다.
지난해 하반기 도입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효과가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폴트옵션은 올해 하반기 본격 시행되는 만큼 유의미한 수익률 개선의 지속 여부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19일 은행연합회 퇴직연금 수익률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은 평균 2%를 넘어섰다. 구체적으로는 DC형은 평균 2.45%, 개인형IRP는 2.24%다.
은행의 퇴직연금은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고 근로자는 정해진 금액을 받는 확정급여형(DB)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는 DC형·IRP 등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이 가운데 DB형은 운용 성과와 관계없이 근로자의 평균급여와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이 퇴직금으로 확정 지급돼 수익률에 덜 민감한 편이다.
반면 DC형과 개인형IRP는 근로자가 직접 퇴직연금 상품을 운용하며, 벌어들인 수익은 그대로 퇴직금에 연결된다. 근로자는 해당 연금의 수익률이 높아야 더 많은 퇴직소득을 챙길 수 있다.
은행권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그동안 저조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의 경우 보통 1% 초중반대, 저금리가 한창인 시절에는 소수점대의 수익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5대 은행의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DC형이 1.88%, 개인형IRP는 1.67%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DC형은 1.23%, 개인형IRP는 0.96%에 불과했다.
금융권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가 가입자의 소극적인 연금자산 운용에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와 증시 상황에 맞춰 퇴직연금 상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수익률이 오르지만, 대다수의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이에 무신경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을 도입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노사가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신규 가입하거나 만기 도래 후 6주간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자동 적용된다. 디폴트옵션으로 연금이 굴러가고 있더라도 가입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다른 방법으로 운용 지시를 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은 지난해 7월 도입된 이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7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때부터는 신규 가입자는 의무적으로 디폴트옵션을 지정해야 하고, 기존 가입자에게도 지정이 적극 권고된다.
금융권에서는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낮은 수익률의 원인으로 꼽혔던 소극적 운용 형태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도 최근 디폴트옵션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을 강화하며 소비자들에게 지정을 유도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만간 금융당국에서 디폴트옵션 현황과 수익률 등 운용 성과를 처음으로 공시할 것”이라 “유의미한 수익률 상승이 확인되면 디폴트옵션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