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옛 보령제약)이 ‘우주’에 꽂혔다. 보령은 우주 관광시대가 열린 만큼 대기권 밖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간의 건강 상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보령은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미개척 분야인 ‘우주 헬스케어(Space Healthcare)’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보령은 이를 위해 지난 2020년부터 ‘CIS(Care In Space) 프로젝트’를 준비해 왔다. 지난해에는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세계 최초의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ISS) 기업인 액시엄 스페이스에 총 6000만달러를 투자해 2.68%의 지분을 확보했다. 액시엄과는 한국에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보령이 이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우주산업에 진출하게 된 배경에는 김정균 사장의 뜻이 컸다. 김 사장은 창업주인 김승호 보령 회장의 손자이자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다.
오너 3세인 김 사장은 2019년 나사의 존슨 우주센터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우주에 흥미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회사에 우주사업 전담조직을 만들었고 국내외 우주 전문가들을 만났다. 또 ‘CIC 챌린지’를 개최하며 직접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발굴에도 나섰다.
김 사장은 공식석상에 설 때마다 “민간업체 참여로 인간이 우주에 방문하는 빈도, 머무는 시간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우주 분야는 글로벌 협력이 필수인 만큼 많은 파트너들과 함께 우주 공간에서의 인간의 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일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달 21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세상에 없던 신약을 만드는 것보다 20년 전부터 본격화한 우주산업이 오히려 성공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주주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60여년간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역량을 키워 왔는데 갑자기 기반조차 없는 우주사업을 한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령의 연간 순이익이 300억원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2배 이상을 우주정거장 기업에 투자했다는 자체가 대형 악재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승호 회장과 김은선 회장이 처음에 반대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업계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오너리스크라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보령은 김 사장의 가설인 ‘달에서 겔포스를 먹어도 속쓰림이 나아질까?’를 입증하기 전에 존폐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우주에서 우리가 잘하는 건강을 챙기겠다”며 자신하는 김 사장 주도의 우주사업이 떡잎부터 달랐던 될 성 부른 나무가 될지 우주 너머 안드로메다로 가는 지름길이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