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발생 시 ‘예금 전액보호’ 조치 방안을 검토 중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김주현 위원장 지시로 예금보험공사 등과 함께 뱅크런 발생 시 금융회사의 예금 전액을 정부가 지급 보장하는 방안에 관해 제도적 근거와 시행 절차를 살펴보고 있다.
SVB는 일반은행과는 달리 주로 벤처캐피탈이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등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대금을 유치해 스타트업 위주로 대출하던 은행이다.
이 같은 영업 특수성을 고려하면, 국내에 같은 방식의 은행이 없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유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유사시를 대비해 제도 전반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앞서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 12일(현지시간)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이번 파산과 관련된 예금 전액보증을 결정했다. 미국 FDIC의 예금 보장 상한액은 25만달러, 원화로 약 3억3000만원이지만 이번엔 전액을 보증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구제금융(Fail out)’이란 지적이 나왔지만, 금융시장 불안 확산을 잠재우고 빠르게 안정화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금자보호 한도를 넘어선 전액 보증은 우리나라에도 전례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융회사 부실 위험이 커지자, 당시 정부는 2000년 말까지 은행, 보험, 증권, 종합금융 등 업권별 모든 예금에 대해 원금과 이자 전액의 지급을 보장하는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은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이며 1998년 7월 조기 종료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예금자보호 한도는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까지다. 2001년 기존 2000만원에서 상향된 이후 23년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예금자보호 보험금의 한도는 1인당 국내총생산과 보호되는 예금 등의 규모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그런 만큼 비상 상황 시 정부가 행정입법으로 한도를 제한 없이 풀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다만, 외환위기 이후 경제 규모와 금융 상황이 달라진 만큼 금융당국과 예보는 이번 미국 당국의 SVB 사태 대응 사례를 살펴보며 비상계획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국 FDIC 등에 질의서도 보낼 계획이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