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주요 원인으로 급격히 오른 금리가 지목된 가운데, 이달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여부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연준이 이달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란 예측이 대부분이었지만, SVB 파산 사태 이후에는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 주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이나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도 점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도 이번 SVB 파산 사태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높아졌다.
14일 금융권과 외신 등에 따르면, SVB 파산의 원인으로 지난해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지목되고 있다.
SVB는 일반은행과는 달리 주로 벤처캐피탈이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등으로부터 예금을 유치하고, 이를 스타트업이나 기술전문기업 위주로 대출하던 은행이다. 이 같은 영업 형태에 SVB는 미국 서부 스타트업의 돈줄로 통했다.
SVB는 저금리 시절 채권을 많이 사들였다. 하지만 금리가 크게 오르고 경기와 스타트업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예금인출 요구도 급격히 늘었다.
이에 대응해 SVB는 보유 채권을 매각했지만, 장부상 가치보다 현재 가치가 현저히 낮아 유동성 부족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파산했다.
미 연준은 지난해 제로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4.75%까지 급격히 올렸고, 시장금리 역시 전반적으로 크게 뛰었다. 이 여파가 결과적으로 SVB를 벼랑 끝으로 내몰은 셈이다.
연준은 오는 21∼22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를 앞두고 있다. 기존에는 빅스텝 전망이 우세했지만, SVB 파산 사태 이후로는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간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고수해 왔지만, 금리를 계속 올리다가는 또 다른 SVB 사태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금리 동결을 할 가능성은 기존 0%에서 SVB 파산 이후 37%로 높아졌고, 베이비스텝 가능성은 62%까지 치솟았다. 반면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은 거의 사라진 분위기다.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다면, 한은도 다음 달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다.
한·미 금리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보폭을 맞출 필요성이 줄고, 국내경제 상황에 대응할 여지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