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금리 장기화 정책 가능성 줄어" 주장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끼칠 여파를 면밀히 점검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오전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국 SVB 파산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내 증권가는 SVB 파산사태 여파가 시스템 리스크(금융시스템 전체가 부실화될 위험)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 증시에는 단기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해 경계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SVB는 재무상태 강화를 위해 매도가능증권을 매각해 18억달러 손실을 일으켰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22억5000만달러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기업들의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사태로 폐쇄됐다.
이번 사태는 테크 업황 악화로 예금 인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SVB가 손실을 감수하고 보유 국채를 매각한다는 소식이 예금 인출 가속화를 부추긴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보험절차에 돌입하는 한편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 대출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번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SVB 파산요인, 사태 진행 추이, 미 당국 대처,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달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금융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유사한 영업구조를 갖는 미국 내 금융회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당분간 경계감을 갖고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도 시스템 리스크는 제한적이지만, 금융여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풀이했다.
박소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SVB 문제를 실리콘밸리의 특수한 사례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다만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투자하는 구조를 가진 주체들은 SVB와 동일한 위험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국내 증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여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SVB 주 고객층은 바이오, 테크 관련 신생 스타트업인 만큼 관련 업종의 투자 심리는 단기적으로 불안하겠지만 증시 전반에 걸쳐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SVB 사태가 미국 연준의 통화긴축 속도조절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고강도 긴축 속에서 견조했던 실물경제와 달리 금융시장에서 큰 균열이 발생한 상황”이라며 “강한 경제를 바탕으로 금리인상이 가능했던 환경이 반전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연준은 금리 인상 폭을 50bp(1bp=0.01%포인트)가 아닌 25bp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고금리 장기화 정책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