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과 비은행 금융회사가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에 따른 일시적인 충격을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금감원은 당분간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 할 방침이다. 유사한 영업구조를 갖는 미국내 금융회사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3일 오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미국 SVB 사태가 국내 금융회사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 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가 최근 금융긴축 과정과 맞물려 발생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SVB는 거액 기업예금 위주로 자금을 조달해 자산 대부분을 장기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금리상승으로 예금조달 비용이 증가해 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SVB는 예금 인출이 증가하자 유동성 문제에 봉착하면서 파산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금융상황 점검회의 결과, 국내 은행과 비은행 금융회사 모두 SVB사태 충격을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국내 은행과 비은행 금융회사 모두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를 뿐만 아니라 양호한 자본비율·유동성비율과 견조한 수익성 등 근본적 차이를 감안할 때 국내 금융회사는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금감원은 국공채 보유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에도 보유 만기(듀레이션)가 길지 않고 최근 금리상승기에 투자된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이 채권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반영돼 있어 추가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됐다.
금융권역별 리스크 점검 결과, 은행은 예대업무 위주로 유가증권 비중(총자산 중 18%)이 낮으며, LCR(유동성커버리지, 앞으로 한달동안 순현금유출액에 대한 고유성자산비율) 등 유동성 상황이 양호(SVB는 LCR 규제를 미적용)했다.
인터넷 은행의 경우에도 자금조달이 소액·소매자금(예금자보호대상)으로 이뤄져 단기간내 자금이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됐다.
국내은행의 외화 LCR(3월10일 기준)은 143.7%로 SVB 사태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에도 충분히 감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서민금융회사는 여신 위주의 자금을 운용하고 최근 자금조달여건이 호전되면서 유동성이 안정적인 상황이다.
보험회사는 국공채 보유 규모가 크나 자산부채 만기구조 매칭관리와 IFRS 17(국제보험회계기준) 시행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에도 유동성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상황이다. 또 미국 정부와 감독당국은 SVB의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기로 조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모든 예금자의 인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적격담보조건으로 은행에 1년만기 대출을 공급한다. 아울러 미국 재무부는 250억달러 규모의 안정기금을 활용해 지역 연준은행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지만 유사한 영업구조를 갖는 미국내 금융회사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등 당분간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경계감 갖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 회사별로 마련된 비상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할 것"이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대출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점검하고 위기 국면에도 문제가 없는 수준의 유동성과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춰 나가도록 미국 등 현지 감독당국과의 소통·협력 채널을 최대한 가동해 나가도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