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인상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오는 2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금리인상 수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도 내놨다.
한국은행도 양국 간 금리차 확대를 감안해야 하는 만큼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 “3월 회의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추가적인 자료들을 검토할 때까지 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전날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고 최종금리를 기존 전망치보다 상향할 수 있다”며 “여러 지표 결과가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경제지표는 최종금리 수준이 더 높아야 할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말 공개한 점도표에서 연준 대부분의 이사는 올해 말 금리인상 수준을 5.0~5.5%로 전망했지만 최종 금리 전망치는 이보다 높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빅스텝(기준금리 한번에 0.5%포인트 인상)’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한 4.75%로 확정했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는 1.25%p로 벌어졌다.
미국이 이달 FOMC 회의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양국 간 격차는 1.75%p까지 벌어진다. 이는 기존 최대 역전 폭을 기록한 2000년(1.50%p)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내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과 함께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양국 금리 격차가 환율과 외국인 자금에 기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며 “물가를 우선적으로 보지만 4월 금통위까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여러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