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검역강화 당분간 지속… "긴밀한 소통으로 협의할 것"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방역강화 조치가 한중 양국의 외교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중국이 한국인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 중단에 이어 ‘경유 비자면제’까지 제외하기로 했지만 정부가 ‘과학적 판단에 근거한 검역강화’ 입장을 고수하면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1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중국이민관리국은 전날 자국을 경유해 제3국을 가는 외국인에게 제공했던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한국과 일본 국민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한국의 중국발 입국자 방역강화에 대한 추가 보복으로 지난 10일 한국인의 단기비자 발급을 발표한 이후 하루 만에 나왔다.
경유 비자면제는 단기 관광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공되는 혜택이다. 한국민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앞으로 중국의 국제노선 항공기, 선박, 열차 등을 이용해 제3국으로 이동할 경우 3일 또는 6일간 비자없이 체류할 수 없게 됐다.
다만 24시간 무비자 환승은 그대로 유지된다. 중국을 경유할 때 여객기 환승을 위해 최장 24시간 대기하는 것은 가능하다.
중국과 한국의 외교 갈등 조짐은 중국이 자국내 코로나19 확산에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면서 시작됐다.
한국은 일본과 미국, 유럽 국가들에 이어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화 등 조치로 국경 빗장을 걸어 닫았고 중국은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중국의 비자발급 중단 사태에 “보복성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가 보복조치가 나오면서 한중 외교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강 중국 신임 외교부장은 이날 “일본과 한국이 중국 국민의 일본·한국 관광에 대해 취한 조치는 차별적이며 과학적이지 않고 과도했다”며 “그것은 양국(한중 및 중일)의 인원 왕래에 어려움과 장애를 초래한다. 중국 측은 대응할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한 정확한 통계자료를 내놓고 있지 않아 사태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방역당국은 △중국내 유행 정점 시기 예측이 곤란한 점 △신규 변이 발생 가능성 △대규모 인구이동이 이뤄지는 춘제 전후 감염 급증 우려 등을 고려해 당분간 고강도 방역조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중국발 단기체류 외국인의 양성률이 여전히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어 방역강화 조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전날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1861명 가운데 302명이 검사를 받고 40명이 확진됐다. 양성률은 13.2%다. 전체 해외유입 사례 135명 가운데 중국발 입국자는 90명에 달했다.
정부는 중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방역 강화 조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입각해서 내린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중국 측에 전달하면서 계속 긴밀히 소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