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가격 약세, 하루 소비량 3% 불과…설득력 없다"
정부가 설을 앞두고 AI(조류인플루엔자) 확산에 따른 수급안정 차원에서 스페인산 계란 121만개를 시범 수입해 시중에 풀기로 했다. 농가들은 국내 계란가격 약세가 지속된 가운데 정부의 일방적인 수입 조치는 명분이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11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르면 15일부터 스페인산 신선란 121만개가 국내에 유통된다. 농식품부는 설 대목과 맞물려 AI 확산 등으로 국내 계란 수급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이 같은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AI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 발병해 이달 10일 오후 5시 현재 가금농장에서만 61건에 이른다. 강원부터 전남, 경남까지 전국 단위로 지속 확산 중이다.
스페인산 수입란은 국영무역을 통해 10일부터 국내에 순차적으로 도착한다. 이들 계란은 대형마트 홈플러스와 주요 식자재 업체에 공급된다.
스페인산 계란은 시중에 주요 유통되는 국내산 계란과 같은 황색란이다. 국내산 계란은 껍데기에 산란일자, 농장고유번호, 사육환경을 의미하는 10자리 숫자가 표기된다. 수입란은 농장고유번호 없이 5자리로 표기돼 구분 가능하다. 가격은 한 판(30구) 5000원대 중반에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이번 계란 수입뿐만 아니라 이미 비축물량 1500만개를 풀어둔 상황이다. 이달 2일부터 방출된 비축 계란은 시중 계란 가격 대비 최대 35원가량 낮게 유통되고 있다.
농가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계란 수입과 비축물량 방출에 반발한 모습이다. 생산비용 부담은 커진 반면에 게란 가격은 약세를 보인 상황에서 정부의 계란 수입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특란 30구 산지가격(10일 현재)은 4950원으로 한 달 전 5052원(2022년 12월9일)보다 100원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소비자가격은 112원 하락한 6628원이다.
반면에 사룟값, 인건비 등 생산비용은 치솟고 있다. 특히 생산원가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사룟값은 우크라 사태에 따른 곡물값 인상으로 56% 폭등했다.
대한양계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대책 없는 계란 수입을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입란 121만개는 국내 하루 소비량의 3%도 미치지 못한다며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 AI로 살처분된 산란계(알 낳는 닭)는 전체 사육수수의 2% 남짓에 불과해 계린 수급안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실제 지난 2020년 AI 후유증으로 정부가 계란 수입 카드를 꺼냈지만 결국 가격 안정에는 도움 되지 못한 채 일부 재고량을 폐기 처분하는 결과만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협회 측은 “산란계 사육 규모(통계청 기준)는 이미 살처분 된 숫자를 제외하더라도 전년 동기보다 약 5% 증가해 정부의 계란 수입 명분은 현실과 많은 차이가 있다”며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계란 수입을 강행하면 국내 산란계 산업에 씻을 수 없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