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도체 혹한 속 어닝쇼크 날벼락, 초격차 연구개발로 돌파를
[기고] 반도체 혹한 속 어닝쇼크 날벼락, 초격차 연구개발로 돌파를
  • 신아일보
  • 승인 2023.01.0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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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에 한국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마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주력 품목 반도체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에 속수무책으로 추락하며 무역수지에도 비상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1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연간 및 12월 수출입 동향’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1년 전보다 6.1% 늘어난 6,839억5,000만 달러로 기존 최고치인 2021년의 6,444억 달러를 1년 만에 경신했다. 하지만 수입은 1년 전보다 무려 18.9%나 더 늘어난 7,311억8,0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472억3,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292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 증가했다. 연간으로 보면 살짝 늘었지만 월별로 분리해서 보면 급락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3월 37.9%에 달했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8월부터는 마이너스(-6.8%)로 전환했고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29.1%나 감소했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가격이 글로벌 수요 약세와 재고 누적에 기인한 영향으로 떨어지면서 전체 반도체 수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5~6월 3.35달러에서 10~12월 2.21달러로 무려 1.14달러나뚝 떨어졌다. 이러한 수출감소세 분위기는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디스플레이 수출은 211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 감소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12월 수출 감소율은 무려 35.9%나 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모든 수출감소세가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고스란히 올해 2023년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출 감소가 우리에게 던진 경고 메시지 가운데 유독 더 걱정스러운 대목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 위축이 도드라져서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 감염병 대유행) 충격에 전 세계가 빗장을 걸어 잠근 2020년에도 반도체 수출이 이렇게까지 크게 위축하지는 않았다.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2023년을 가르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역사에서 최악의 혹한기로 기억되고 있는 2019년 12월 최대 낙폭 -17.8%보다 더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도체가 살아나지 못하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올해도 계속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한국경제는 ‘반도체 겨울’의 한가운데 서 있다. 게다가 ‘반도체 혹한’ 국면이 장기화하며 급기야는 ‘반도체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1월 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을 5,565억 달러(약 703조1,934억 원)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5,801억 달러 대비 4.1% 감소한 수준이다. IT 분야의 전문 리서치 그룹 가트너(Gartner)도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이 5,96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6%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전망치는 지난해 3분기 당시 예측한 성장률 -2.5%보다 더욱 하향 조정된 수치다. 특히, 가트너(Gartner)는 올해 전 세계 D램 매출이 742억 달러로 지난해 대비 18%가량 감소하고 낸드 매출은 594억 달러로 14%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도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규모는 1,159억 달러(약 147조 원)로 전년(1,309억 달러) 대비 11.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6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7.9% 증가한 301조7,700억 원인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 감소한 43조3,700억 원에 그쳤다고 공시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의 13조8,000억 원 대비 69%나 감소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4년 3분기 이후 무려 8년 만으로, 시장의 보수적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매출이 연간 기준 처음으로 300조 원을 돌파한 것이 다소 위안거리다. LG전자도 수익성 악화로 인해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5,472억 원으로 12.6%나 감소했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년 동기 대비 무려 91.2%나 줄어든 655억 원에 그치면서 전년의 10분의 1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렇듯 정보기술(IT)업계의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어닝쇼크(Earning Shock │ 실적 충격)’의 날벼락을 맞고 있다. 특히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Group)’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이렇듯 짐작은 했지만, 주력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생각보다는 훨씬 심각하다.

고금리와 고물가의 여파 속에 경기침체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기업들의 수익 악화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TV와 스마트폰을 비롯한 가전제품 수요가 크게 줄었고, 이는 곧바로 반도체 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주력 품목인 메모리반도체에 불어닥친 한파는 예상보다도 더 혹독했고 잔인했다. 그러나 이를 감안 하더라도 삼성·LG전자의 실적 추락 폭과 속도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인플레이션으로 비용은 늘어나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상품은 팔리지 않으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업황 부진 등 현실적으로 볼 때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내년 하반기에나 반등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둔화로 수출 전망도 어둡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경우 올해 전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매출이 지난해보다 각각 18%, 14% 감소할 것이란 게 정보기술(IT) 분야의 전문 리서치 그룹 가트너(Gartner)의 예측이다. 매출 감소와 쌓여 가는 재고, 게다가 높아지는 원가 부담이 올해 2023년 말까지도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제 혹한기 속에서도 핵심 기술의 개발 투자 경쟁은 치열하다. 대만 TSMC 같은 해외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생산기지 건설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에서도 민관이 함께 반도체 투자 및 지원에 나섰다. 모바일과 가전을 비롯한 다른 분야도 다르지 않다.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 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3’에서 보듯 세계 174국 3,100여 기업과 기관들의 최첨단 기술 각축전이 치열하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빙하기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국가 지원이 절실하다. 세계 각국은 반도체 등을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지원하고 있다. 미국·대만 등 우리와 경쟁국들은 전방위적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섰다. 미국은 반도체 시설 투자에 25%의 세액공제와 자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을 담은 법안을 지난해 7월 통과시켰다. 대만도 반도체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5%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우리 뒤를 바짝 쫓아오는 중국도 반도체 기업의 공정 수준에 따라 법인세를 50〜100% 깎아주고, 2025년까지 1조 위안을 지원한다고 한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긴축 경영에 들어가는 시기에는 투자가 위축되기 쉽다. 그러나 불황기라고 해서 이를 소홀히 했다간 어느 기업이라도 한순간 도태될 수 있는 게 바로 첨단 정보기술(IT) 분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 하반기부터는 ‘턴어라운드(Turnaround │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키움증권은 3일 LG디스플레이에 대해 올해 하반기 부터 ‘실적 개선(Turnaround)’이 이뤄질 것이라 했고, 차세대 아이폰 내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 확대, LCD TV 사업부 축소, 계절적 성수기 효과 등에 힘입어 본격적인 ‘실적 개선(Turnaround)’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또한 우리 반도체 기업의 도태를 막으려면 세제 등에서 불리한 여건에 처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 전략적 투자를 통해 기술 역량을 축적해놔야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시점에 경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반도체 기업들의 연구개발(R&D)이 위기 국면에서 더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메모리를 비롯해, TSMC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파운드리(Foundry)’ 분야에서의 신규 투자와 신제품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도 세제지원을 위한 ‘K-칩스법(반도체특별법 │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태(危殆)로운 위기(危機)를 위대한 기회의 위기(偉機)로 만드는 반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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