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 전기요금이 4인 가구 기준 월 4000원 이상 인상된다. 이는 지금까지 전기요금을 인상한 회차 중 역대 최대 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한다고 30일 밝혔다.
산업부와 한전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은 kWh당 51.6원이다. 내년 1분기 인상 폭은 연간 적정액의 4분의 1인 12.9원 0.2원 높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됐다.
이중 내년 전력량요금과 기후환경요금이 각각 kWh당 11.4원, 1.7원 오른다. 연료비조정단가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현행 조정 상한대로 kWh당 5.0원 적용된다.
이번 전기요금 조정으로 평균 4인가구 월 사용량 307kWh, 부가세·전력기반기금 미포함 기준 전기요금은 4022원 늘어난다.
이에 따라 4인가구에 청구되는 전기요금은 5만2000원대에서 5만7000원대로 오를 전망이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안은 가정용과 산업용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기요금 조정으로 한전의 전력 판매 수익 증가율(9.5%), kWh당 인상액(13.1원), 4인가구 기준 인상액(4022원) 폭은 모두 역대 최대다.
정부는 2분기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 물가 등과 국내 경제, 공기업 재무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한전은 “일부 연료비 등 이번에 반영하지 못한 잔여 인상요인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해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스요금은 내년 1분기 동결하기로 했다. 가스요금 동결은 에너지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동절기 난방비 부담과 전기요금 인상을 고려해 결정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에너지 공급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전기·가스요금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위기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취약계층 부담을 줄일 방안도 마련했다.
장애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취약계층 약 350만가구의 경우 올해 기준 월 평균 사용량 313kWh까지 인상 전 전기요금을 적용한다. 평균을 초과한 사용량에만 인상된 요금을 적용해 부담을 완화한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이번 전력량요금 인상분인 kWh당 11.4원을 3년에 걸쳐 3.8원씩 분할 인상한다. 기후환경요금 인상분 kWh당 1.7원은 동일하게 적용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가스요금 감면 폭은 기존 6000∼2만4000원에서 9000∼3만6000원으로 확대한다.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는 지원 단가를 올해 12만7000원보다 6800원 많은 19만5000원까지, 연탄쿠폰 단가는 7만4000원 증가한 54만6000원까지 올린다. 등유바우처 지원 단가는 올해보다 2배가량 많은 64만1000원까지 증액한다.
에너지 효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효율진단-융자·보조-스마트 관리’ 등 3종 패키지를 통해 에너지 수요효율화를 집중 지원한다. 특히 뿌리기업 등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 사업 등을 통해 변압기, 사출기, 펌프 등 고효율기기 교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정부는 에너지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 원전 등 저원가 발전원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를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공공 부문, 산업 부문 등 모든 경제주체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