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없이 전세보증금으로 빌라 여러 채를 사들인 뒤 이를 페이퍼 컴퍼니에 매도하고 잠적하는 등 전세 사기 의심 거래가 무더기 적발됐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전세 사기로 의심되는 거래 106건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다고 20일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9월28일부터 11월까지 전세피해지원센터가 접수한 상담사례 687건 중 피해자가 다수거나 공모가 의심되는 건을 1차 선별해 전세 사기 여부를 집중 조사, 분석했다. 이번 1차 수사 의뢰 건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피해사례도 심층 조사와 분석을 거쳐 추가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1차 수사 의뢰 건에는 최근 주택 1000여채를 보유한 채 사망해 다수 임차인에게 피해를 준 일명 '빌라왕' 관련 사례도 16건 있다. 수사 의뢰 대상 106건 모두 빌라왕 사례와 유사한 무자본 갭투자에 해당한다.
이 중에는 다수 임대차 계약을 맺은 후 법인에 이를 매도한 경우가 있었다. 40대 임대업자 A·B·C가 각자 자기자본 없이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며 서울 빌라를 다수 매입했다. 이후 보증금 반환이 어렵게 되자 모든 빌라를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인에 매도한 후 잠적했다.
1차 수사 의뢰 건에 연루된 법인은 10개, 혐의자는 42명으로 집계됐다. 혐의자는 임대인이 2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인중개사(6명)와 임대인 겸 공인중개사(4명), 모집책(4명), 건축주(3명)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42.9%로 다수를 차지했고 50대(23.8%)와 30대(19.0%) 순이었다. 거래 지역별로는 서울이 52.8%로 가장 많았고 인천(34.9%)과 경기(11.3%)가 뒤따랐다.
이들 전세 사기 의심거래 피해액은 171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피해자는 30대(50.9%)와 20대(17.9%)가 주를 이뤘다.
국토부는 경찰청과 함께 내년 2월 중 범정부 전세 사기 특별단속 결과를 공동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되는 피해사례에 대한 조사·분석을 통해 2개월마다 경찰청에 수사 의뢰를 할 방침이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현재 진행 중인 전세 사기 단속뿐 아니라 주택 매매 및 임대차 거래정보 분석과 상시모니터링을 통해 앞으로 발생 가능한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부동산소비자 보호기능 강화를 위해 오는 27일 기존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으로 개편하고 부동산 거래 전 단계에 대해 모니터링 및 단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