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연말 희망퇴직이 가시화한 가운데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은 온도차를 보였다.
시중은행은 매년 파격적인 보상 조건을 내걸며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몸집 줄이기에 한창인 반면, 국책은행은 수년째 답보상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의 연말 희망퇴직이 본격화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심사에 들어갔다. 대상자는 전 직급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 중 만 40세 이상(1982년 12월31일생)부터 만 56세(1966년 1월1일~12월31일생)인 직원이다.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도 이달 중이나 내년 초 희망퇴직 관련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은 매년 연말연시에 꾸준히 이뤄지며 정례화된 모습이다.
은행권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희망퇴직 보상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평균 임금의 20~39개월 치를 제시했다. 지난해(20~29개월)보다 불어난 규모다.
보상이 늘어난 만큼 희망퇴직자 규모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만 하더라도 1700명대였던 5대 은행 희망퇴직자는 이후 2년 연속 2000명대를 기록 중이다.
시중은행과는 다르게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희망퇴직은 요원한 상태다. 지난 2010년대부터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4년 감사원으로부터 퇴직금 지급 규모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은 후 희망퇴직이 중단됐다. 수출입은행은 2010년부터, 기업은행도 2015년 말 188명을 마지막으로 멈췄다.
국책은행이 희망퇴직을 하지 못하는 까닭은 비용 때문이다. 구조적 한계 탓에 시중은행과 같은 풍성한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
국책은행은 기획재정부의 인건비 상한 규정에 따라 준·정년 임직원에 대해 희망퇴직 제도를 시행할 경우 임금피크제 기간(5년) 급여의 45%만 퇴직금으로 지급토록 하고 있다.
임피제를 적용받고 정년까지 남을 시 기존 연봉의 280∼290%를 받을 수 있지만, 희망퇴직을 하면 절반도 채 못 챙기는 구조다.
이 같은 문제로 국책은행 임직원의 희망퇴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신규 채용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산업은행의 임피제 인원은 2017년 150여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40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 희망퇴직 문제는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해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인해 매번 가로막히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