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장애인용 쇼핑카트, 계산도 못해
유명무실 장애인용 쇼핑카트, 계산도 못해
  • 정태경 기자
  • 승인 2022.12.0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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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휠체어만 부착 가능, 계산대 폭 및 높이가 쇼핑카트 접근 어려워

주말에 특히 붐비는 대형마트는 우리의 의식주를 편리하게 책임져주고 있다. 한 장소에서 필요한 물품을 한꺼번에 찾아 비교해볼 수 있고, 심지어 시식이나 시용해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에게 이러한 대형마트 쇼핑의 즐거움은 오랫동안 요원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생겼다.

최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등 편의법’)이 개정됨에 따라, 장애인용 쇼핑카트 비치가 의무화되었다. 올해 7월 28일부터 3,000㎡ 이상의 대형마트에서는 최소 3개 이상의 장애인용 쇼핑카트를 비치하고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 제도가 바뀌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의 활발한 사회참여로 외출도 많아지고, 쇼핑도 자주하고 있다. 장애인실태조사(2020)에서 혼자 외출가능하다고 답변한 장애인은 과반수(78.6%)였고, 특히 지체장애인은 10명 중 약 9명(87.4%)이 혼자 외출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약 24만 명의 장애인이, 지체장애인은 약 11만 명이 ‘쇼핑(물건사기)’을 위해 외출한다고 답했다.

장애인용 쇼핑카트가 의무화되며 더 많은 장애인이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들에 유통되고 있는 장애인용 쇼핑카트는 한 가지 유형의 탈부착 형태다. 주로 수동휠체어만 사용 가능하며, 바퀴가 큰 수동휠체어나 부피가 큰 전동휠체어는 사용이 불가하다. 사용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상품 적재량이 많아지면 수동휠체어는 움직이기 어렵다.

실제로 장애인용 쇼핑카트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동휠체어가 한쪽만 부착가능해 쇼핑카트를 한손으로 고정하고 움직여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나타났다. 쇼핑카트를 장착하는 것도 타인의 도움을 통해서만 장착이 가능했다.

문제는 소비 행위의 최종단계인 계산대에서도 나타났다. 계산대 간 간격이 너무 좁아 장애인용 쇼핑카트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셀프계산대를 이용하더라도 키오스크나 카드리더기의 위치가 높아 계산이 힘들다.

쇼핑카트에 대한 규격이 다양하지 않고, 법으로 최소한의 규정도 마련되어있지 않아 나타난 문제다. 모든 휠체어가 동일한 규격이 아니기 때문에 쇼핑카트도 맞춤화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휠체어가 이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조차 없다면 있으나마나한 쇼핑카트가 계속 생산될 뿐이다. 가이드라인이 주어지고, 그 안에서 다양한 제품군이 나온다면 상당수의 휠체어가 어디서든 쇼핑할 수 있을 것이다. 쇼핑카트에 대한 세부사항을 규정한 시행규칙에는 비치해야하는 수량과 안내 의무만 나와 있을 뿐, 장애인용 쇼핑카트의 구체적 규격은 설정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대상시설 내 설치해야 하는 편의시설 종류에는 ‘계산대’ 기준이 없다. 계산대와 유사한 ‘접수대’나 ‘매표소’는 있다. 휠체어가 들어갈 전면 공간 확보에 대한 얘기는 있으나, 통로나 폭에 대한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좋은 취지와 의도에서 시작된 법 개정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취지대로 법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방향성이 존재해야 한다. 지금 상황은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취지대로 법이 작동하도록 방향을 잡고 움직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에서는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에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규칙 별표3 ‘휠체어등을 비치하여야 하는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의 범위와 비치용품의 종류’에 비고란에 모든 휠체어가 이용가능하도록 장애인용 쇼핑카트 규격에 대한 내용 기재하고, 동 규칙 별표1 ‘편의시설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 내 ‘계산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도록 요청했다.

해당 안건에 대한 진행 경과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홈페이지 제도개선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taegyeong397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