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강대강’ 벼랑 끝 대치… 건설·산업 현장 ‘아우성’
노정 ‘강대강’ 벼랑 끝 대치… 건설·산업 현장 ‘아우성’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2.12.0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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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8일째… 시멘트 이어 정유·제조업계 피해 현실화
화물연대 “대화가 먼저”… 정부, 안전운임제 폐지 검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총성 없는 전쟁 한 가운데에 선 형국이다.

진전 없는 대화에 협상이 불가하다는 화물연대와 ‘안전운임제 폐지’까지 거론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선 정부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산업계 전반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화물연대와의 두 번째 협상이 40분 만에 결렬 된 후 양측은 세 번째 공식대화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8일째 지속되면서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원희룡 장관은 “화물연대 요구 사안에 대해선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통해 논의하게 돼 있다”며 국토부가 협상 당사자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와의 면담에서 진전이 없어 운송거부를 한다는 화물연대의 주장은 ‘억지 명분’이라는 주장이다.

화물연대 측은 “진정성 있는 협상안을 갖고 나갔으나 협상이 불가하다는 정부의 이야기에 대화를 더이상 이어가지 못했다”며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고 권한 있는 사람이 국회에 나와 대화를 이어가달라. 업무개시를 해야할 곳은 정부와 국회”라는 입장이다.

파업이 지속되면서 산업 현장 곳곳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레미콘 공장은 물론 건설현장도 이 상태라면 공사 기간을 맞추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시멘트 출하량이 평소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면서 강원도 레미콘 공장은 전면 가동중단 위기에 놓였다. 강원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이날 132개 레미콘 공장 가운데 106개(80.3%) 곳이 가동을 멈췄다.

전국 건설현장 곳곳은 레미콘 타설이 중단되면서 현장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인건비 상승 피해를 떠안고 있다.

파업 여파가 정유업계로 번져나가면서 ‘주유대란’도 가시화되고 있다. 주유소에 기름을 납품하는 저장소인 저유소는 전남 지역에 3곳이 있는데, 여수의 한 저유소는 파업 전보다 하루 출하량이 90% 감소했다.

제조업의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이날부터 생산량 줄이기에 들어갔다. 철강업에서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제품 출하에 차질이 생겼다. 포항 현대제철, 세아제강, 동국제강 등도 지금까지 6만7000t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했다.

정부는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물론 업무개시명령을 확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대통령실은 ‘안전운임제 전면 재검토’라는 초강수로 양보 없는 맞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도 거론한 상태다. 유가보조금은 화물 운송에 정당한 기여를 한 경우 지급되는 국가보조금인 만큼 운송 거부 상황에서 줘야 하는지 원점에서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현장 복귀 움직임도 일부 포착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운송개시명령을 받은 시멘트 운송업체 15개사 가운데 8곳이 업무에 복귀했다.

정부가 개별 화물차주들의 신상정보를 파악해 명령서를 송달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말이 파업의 중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