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허 시 차질…일각서 지속적 자료 요구에 긍정 신호 받아들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에 제동이 걸렸다. 대한항공은 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독과점을 해소할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영국 경쟁당국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인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15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1차 조사를 마치고 심사 유예 결정을 내렸다. CMA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런던과 서울을 오가는 승객들에게 더 높은 가격과 더 낮은 서비스 품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CMA는 1차 조사에서 양사 합병으로 런던-서울 항공편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지난 2019년 런던에서 한국으로 이동한 승객은 14만3676명이었다. 올해에는 4만4021명이 런던에서 한국에 입국했다. 앞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슷한 승객 수가 회복될 전망이다.
CMA는 여객 수송 외에도 항공 화물 공급 독과점을 우려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영국과 한국 간 직항화물 서비스 주요 공급자다. CMA는 합병 이후 충분한 시장 경쟁성이 확보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CMA는 양사 간 합병 이후 한국으로 제품을 운송하거나 한국에서 제품을 운송하는 영국 기업들이 더 높은 운송비를 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영국 경쟁당국의 이번 유예 결정이 최종 판단은 아니다. 대한항공은 오는 21일까지 시장 경쟁성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 조치 제안서를 CMA에 제출해야 한다. CMA는 오는 28일까지 대한항공의 제안을 수용하거나 2단계 심층 조사에 착수할지 결정한다. CMA가 제안을 수용하면 합병이 승인된다. 문제가 지적되면 2차 심사를 거쳐야 한다.
대한항공이 영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남은 주요국 심사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영국은 임의신고국가다. 대한항공은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 중 현재까지 한국, 터키, 대만, 베트남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현재 대한항공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경쟁당국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한 곳에서도 승인을 얻지 못하면 기업결합이 무산된다.
미국에서는 이번 주 안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운항 노선이 많은 미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으면 나머지 경쟁당국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한 곳의 판단이 다른 경쟁당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영국의 판단에 귀추가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영국의 이번 1차 심사 발표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자료를 계속 요구했기 때문이다. CMA가 승인을 내주기 위한 절차라는 기대다. 대한항공 역시 승인을 전제해 대응하며 자료 요구에 성실히 응할 방침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영국 경쟁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며 심사 과정 또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영국 경쟁당국과 세부적인 시정조치 관련 협의를 진행 중으로 빠른 시일 내에 시정조치를 확정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