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포인트(p)로 확대됐다.
양국의 금리 차가 벌어질수록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한국은행도 이달 있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2일(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00~3.25%에서 3.75~4.00%로 0.75%p 인상했다. 지난 6월과 7월, 9월에 이은 4연속 자이언트스텝이다.
미국의 이번 금리 인상으로 인해 우리나라(3.00%)와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1.00%p로 벌어졌다. 9월까지 0.75%p였던 양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지난달 한은 금통위가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0.25%p까지 좁혀졌지만 이번에 다시 1%p까지 확대됐다.
1%p는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진행됐던 한·미 금리 역전 기간 당시 최대 격차와 같은 수준이다.
2019년 7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1.50%로 내리면서 미국(2.25∼2.50%)보다 최대 1%p 낮아졌고, 같은달 31일 미국이 2.00∼2.25%로 인하함에 따라 격차는 0.75%p로 축소됐다.
연준은 다음 달 FOMC에서도 최소 빅스텝 이상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 직후 “금리인상 관련해 갈 길이 남아있다”며 “최종금리 수준은 기존 예상한 것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기존에 제시했던 내년 기준금리 4.6%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또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에 대해선 “매우 시기상조”라며 일축했다.
이에 따라 한은도 이달 24일 열릴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양국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져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큰 탓이다.
더욱이 올해 한은의 금리 결정 회의는 이달이 마지막이지만, 미 연준은 내달 한 차례 더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금리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한은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지난달에 이어 사상 처음 2연속 빅스텝에 나선다면 양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작게는 1%p(내달 연준 빅스텝 시), 크게는 1.25%p(연준 자이언트 스텝 시)에 이른다.
그동안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진 금리 역전 상황에서 최대 격차는 2000년 5월부터 10월까지의 1.5%p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1800조원을 넘어선 국내 가계부채와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경색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한은이 쉽게 빅스텝을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발표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주상영, 신성환 금통위원은 0.25%p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빅스텝 의견을 낸 금통위원 4명 중에선 앞으로 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2일 빅스텝을 결정한 뒤 “최종 기준금리가 3.5% 수준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은 다수 금통위원이 말한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11월 인상 폭에 대해서는 금통위 전까지 많은 요인이 시장에 주는 영향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