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격리, 의무조항 전환 골자…정 장관, 공급과잉 고착화 우려
윤석열 대통령도 거부권 시사…"농업 재정 낭비 심각해질 것"
여야가 20일 농림축산식품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첨예하게 갈등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클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식품부 종합국감에서 최대 현안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매년 일정 요건을 넘어서 쌀 생산량이 초과될 경우 정부가 매입해 시장 격리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임의조항인 쌀 시장격리를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것이 관건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점 추진하는 법안이기도 하다.
전날인 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야당인 민주당 단독으로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날치기 통과”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여야 간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열린 농식품부 종합국감에서 정황근 장관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정 장관은 앞서 4일 농식품부 국감에서도 “(쌀 매입을) 의무화하면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여 농업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이날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의원들 질의에 “만일 시행된다면 (쌀) 과잉을 고착화하게 된다”며 “아무리 선의라도 농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 클 것”이라고 깊이 우려했다.
정 장관은 또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관련 연구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쌀 매입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실제 KREI는 최근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로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초과 생산량이 매년 늘어 2030년에는 64만t으로 공급과잉 구조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연평균 1조443억원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정 장관은 법 개정에 대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여야가 충분히 협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야 의원들 간의 설전도 이어졌다. 야당인 민주당 윤재갑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은 “(여당에서) 이것(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공산화법이라고 하면 저도 공산주의자냐”며 “공산화법이라고 한 것에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은 “(양곡법 개정안이) 쌀값 안정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최근 쌀값이) 올라가고 있으니 하자는 것이며 하다가 잘못하면 개정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부산 서구·동구)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폐해가 결국 농민도 못 지키고 종국적으로 대한민국 농업 전체를 피폐화시킬 것”이라고 야당의 단독 처리를 비판했다.
또 같은 당 최춘식 의원(경기 포천·가평)은 “문재인 정부의 기획재정부에서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었고 당시 농식품부도 우려하면서 기재부 의견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양곡관리법은)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거부권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쌀) 매입을 의무화하면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과잉 공급물량은 결국 폐기해야 하는데 (이러면) 농업 재정 낭비가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