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국정감사를 받게 된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올해 국감에선 임직원의 잦은 횡령, 개인정보 무단유출, 김치사업 적자 등에 대한 질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 따르면, 내일(7일) 농협중앙회 국감이 서울 서대문 농협 본관 현장에서 열린다. 농협중앙회와 산하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농협생명보험·농협손해보험 등)가 대상이다.
◇올해 임직원 횡령액만 '289억'…회수·법적조치 '미흡'
농협 국감에서 가장 질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현안은 횡령이다.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9월까지 전국 농·축협에서 총 38건, 289억원의 임직원 횡령이 발생했다. 2017년 이후 횡령 금액이 총 519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전체 액수의 절반 이상이 올해에 집중됐다.
특히 올해에 수십억 원대의 대형 횡령사고가 잇달았다. 일례로 경기도 광주 오포농협의 한 직원은 출납 담당자 열쇠를 무단 사용해 금고에서 시재금을 반출하며 52억원을 횡령했다. 서울 광진구 중앙농협 구의지점에서는 고객 정보를 이용해 50억원의 대출을 받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전체 횡령액에서 농협이 현재까지 회수한 금액은 293억원 정도다.
조합원 대상의 상호금융 횡령사고도 잦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서 2017년부터 올 8월까지 농협상호금융의 횡령건수는 60건, 사고금액은 약 155억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신협(58건·78억원), 수협(20건·53억원)보다 많다.
다만 농협상호금융 횡령에 따른 고발건수는 26건으로 전체의 42%에 불과하다. 신협과 수협은 각각 65.5%, 60.0%다. 농협이 상호금융 횡령사고액이 가장 많지만 관련 법적조치는 상대적으로 미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5년9개월간 4354명 정보 유출, 신고건수 '0'
농협의 고객정보 무단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달곤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최근까지 약 5년9개월간 농·축협 임직원의 개인정보 무단 조회로 피해를 입은 개인은 총 4354명에 달한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이 같은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개인정보용 방지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신고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외부에 발각돼 피해사실이 알려져도 대부분 견책 또는 주의 촉구 등 처벌 수준이 미비했다.
고객 아이디를 무단 도용해 매출을 부풀린 사례도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농협경제지주 계열사에 관한 자체감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농협몰’ 담당자가 고객 아이디를 무단 도용해 허위로 매출을 올렸다. 이 담당자는 신규 회원 가입 과정에서 알게 된 215명의 고객 아이디, 비밀번호를 보관했고 이를 이용해 지난해와 올해 293건, 1800만원어치의 상품을 주문했다.
직원은 또 동료직원들의 스마트폰으로도 고객 아이디를 통해 1147건, 7956만원 상당의 물건을 주문했다. 총 액수만 약 1억원이다.
이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해당 사안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농협은 별도의 후속 조치 없이 해당 직원에 ‘문책 요구’라는 가벼운 처분을 내렸다.
◇김치사업 누적손실 60억
농협김치의 만성적자에 대한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서 농협김치는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2017년 6억원, 2018년 25억원, 2019년 3억8000만원, 2020년 1억5000만원, 2021년 8억원, 올해 16억원(9월 현재)으로 누적 손실만 약 60억원이다.
이 회장은 올 4월 전국의 8개 농협 김치공장을 통합한 ‘한국농협김치’를 론칭했다. 분산된 농협김치 역량을 하나로 집중시켜 생산원가를 절감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직 한국농협김치의 존재감은 크게 드러나지 못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의원들은 농협 국감에서 한국농협김치 모델이자 외식사업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농협김치를 포함한 국산김치 소비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이외 농협 내 여성 직원의 저조한 승진비율과 성 불평등, 쌀값 폭락에 따른 정부와의 쌀 수급안정 협조 체계 등에 대한 질의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