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수준 10곳 중 3곳 이상 유동성 압박
"한계상황 기업 상당수, 금리인상 신중해야"
대기업 10곳 중 3곳 이상은 가파른 금리인상에 이자비용조차 감당하기 힘든 ‘취약기업’으로 나타났다. 또 지금 수준에서 0.25%포인트(p)의 ‘베이비스텝’만 밟아도 대기업의 절반가량이 취약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왔다.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1000대 기업 중 제조업이 주력인 기업들을 대상(100개 응답)으로 자금사정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는 평균 2.6%다. 기준금리 임계치는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이다. 이를테면 임계치가 2.25%인 기업은 이를 넘는 기준금리 2.5%부터는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전경련은 현재 기준금리 2.5%에서 한 차례만 더 인상해도 상당수 기업들이 유동성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대기업 10곳 중 3곳 이상인 37.0%는 현 기준금리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통 이런 기업을 취약기업으로 지칭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3년 이상 지속되면 ‘좀비기업(한계기업)’으로 규정한다.
전경련은 다음주 12일 한국은행이 베이비스텝을 통해 기준금리를 2.75%로 발표할 경우 취약기업 수는 대기업 10곳 중 5곳, 빅스텝(0.5%p 인상)으로 기준금리 3.0%가 되면 10곳 중 6곳(59.0%)으로 더욱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현재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비슷하거나 악화된 상황이다. 특히 연말로 갈수록 자금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은 자금사정 악화의 주된 이유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를 지적했다. 응답률을 보면 △은행 대출금리 인상 39.0% △회사채 금리 상승 8.0% 등 금리 영향이 47.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원자재 가격상승 23.0% △환율 상승 17.0% 등의 순이다.
기업들은 또 올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3.0%까지 오르고 내년에는 3.4%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상당한 만큼 신중한 금리인상이 요구된다”며 “외환시장 안정조치, 정책금융 확대 등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