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부문 한화에어로 통합 과정, 김동관 부회장 입지↑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 활용 방산 포트폴리오 확장 승부수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이 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다가 철회한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신재생에너지·방위산업·우주항공산업 등 대대적인 그룹 체질 개선을 진행 중인 한화의 사업 지평이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27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26일 대우조선해양과 2조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해당 거래가 마무리되면 대우조선해양 지분은 한화 49.3%, KDB산업은행 28.2%가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와의 투자합의서 체결 이후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절차에 따라 경쟁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토킹 호스는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입찰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매각 방식이다. 후속 입찰참여자의 입찰 조건과 한화의 우선권 행사 여부 등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최종 투자자가 결정된다. 한화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날 경우 최종 투자자가 바뀔 수 있지만,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으로 확정됐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14년 만의 '재도전'…또 한 번의 M&A '승부수'
한화는 지난 2008년 10월에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 한화·현대중공업·포스코·GS 등이 공개 경쟁 입찰에 뛰어들었고 한화는 6조3000억원에 달하는 가격을 제시하며 단독 우선협상대상로 선정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첫 도전 당시 경영진 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하는 임원이 있다면 회사를 떠나라”고 할 만큼 인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 조달 계획 차질, 내부 구성원 반발 등 이유로 이듬해 매각 의사를 철회한 바 있다. 당시 한화는 이행보금증 3150억원 중 1260억원 정도만 돌려 받았다.
한화는 유통(1985년)·레저(1986년)·금융(2003년)·화학(2015년)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영 위기를 돌파해왔다. 현재 그룹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 역시 큐셀(현 한화큐셀)을 인수하며 시작됐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M&A를 통한 방산 포트폴리오를 확장, 그룹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그룹 차원 의지를 확고히 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 가격은 2008년 제시한 금액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김동관 존재감 UP…자산 100조 클럽 입성 '목전'
한화는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 방산 부문, 한화디펜스 3개 회사로 분산된 방산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글로벌 방산 톱(Top) 10’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김 부회장의 존재감도 한층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계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2022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분석 자료에 따르면, 총 91개 계열사를 거느린 한화그룹의 지난해말 기준 자산 총액은 80조3880억원이다. 삼성·SK·현대차·LG·롯데·포스코에 이어 재계 7위 규모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한화 총 자산은 92억원대으로 늘어나 현재 재계 6위인 포스코(자산 96조490억원)을 바짝 쫓게 된다. 순위에는 변동이 없지만 한화의 자산총액 100조 클럽 입성도 한층 가까워진다.
◇바다에서 우주까지…'육해공' 통합 방산 체계 확보
한화는 이번 인수로 조선산업 진출을 넘어 그룹 주력 방산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에 이어 글로벌 수주량 세계 3위 규모 대형 조선사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양·선박 기술력이 더해지면 기존 방산에서 해양 방산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동시에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지정학적 위기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통합 방산 생산능력과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는 포석이다.
각 사가 보유한 중동·유럽·아시아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 체계는 물론 대우조선해양의 주력 방산 제품인 3000톤(t)급 잠수함·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한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이슈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조선·해양 기술을 통해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로 확고히 자리 잡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에너지 전환의 ‘브리지 기술’로 평가받으며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한화 관계자는 “장갑차와 자주포 등 육상 무기에 특화된 기존 방산사업이 항공·해양·우주와 시너지를 발휘해 사업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