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피해자에 실질혜택, 기업활동 촉진 필요
국내 사업자에 대한 고용·노동 관련법 형량이 해외 주요국보다 과중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기업·개인 사업자가 고용·노동 관련 이슈로 받게 되는 처벌들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 징역은 평균 2.8년, 벌금은 평균 2740만원으로 나타났다. 벌금형 중 가장 높은 액수는 10억원(중대재해처벌법상 사망사고 발생)이며 징역은 10년형(고용정책기본법이나 임금채권보장법의 개인정보보호 의무 위반)이 가장 높다.
형사처벌항목 중 행위자와 법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적용되는 항목은 397건으로 전체 432건의 91.9%에 달한다. 양벌규정은 통상 법 위반자에게 부과한 벌금과 동일한 금액을 법인에 부과한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위반자 벌금의 5~10배를 법인·기관에 양벌로 부과한다.
양벌규정에서 위헌소지도 발견된다. 2007년 헌법재판소는 ‘면책규정 없는 양벌규정은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이후 양벌규정에 단서조항을 넣는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다만 현재까지 최저임금법 양벌규정 제30조는 미개정 상태다.
전경련은 이와 관련해 다른 나라보다 한국 고용·노동 관련법 형량이 과중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행정기관이 규제목적 달성을 위해 형벌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것은 피해자나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 혜택 없이 불필요하게 전과자만 양산할 우려가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행정 편의를 위해 형벌을 부과하는 사례로 현행법상 ‘노조명칭 사용 금지 위반 및 노조법 위반 노조규약·결의처분 시정명령 위반’ 조항을 제시했다.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벌금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전경련은 “노조명칭 사용금지나 노조규약·결의처분 시정명령 등은 행정 목적을 위한 것”이라며 “노조 자치활동 사안에 국가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해외 사례를 찾기 어렵다. 형벌조항을 삭제하고 소액 과태료 부과 등 행정제재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52시간 근로 위반도 과도한 형벌로 꼽혔다. 현행법상 주 52시간제를 어길 경우 징역 2년이나 벌금 2000만원에 처한다. 그러나 미국은 처벌조항이 없고 독일은 1년형, 일본은 6개월형 수준이라는 게 전경련의 입장이다.
또 임금·수당 체불이나 미지급 건에 대해서도 형벌 대신 해외 수준의 다양한 제재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은 임금·수당 체불 등의 사건에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을 부과한다. 전경련은 “해외보다 형량이 높지만, 체불임금 문제 해소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며 형벌 대신 △과태료 단계적 증액 △부가금 △이행강제금 등 다양한 제재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업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여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 고용유지 노력, 안전한 사업장 환경 조성 등”이라며 “과중한 형벌 위주의 처벌은 이런 기업 노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경제형벌 개선 작업을 하는 만큼, 근로자나 산업재해 피해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는 법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경련에 따르면, 고용·노동 관련 총 37건 법률에 담긴 형사처벌 조항들을 분석한 결과 총 432개 행위에 대해 징역이나 벌금 등의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 64.8%인 280건은 사업주나 사용자를 처벌대상으로 명시했다.
37개 법률 중 사업주(사용자 포함)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항목이 1건 이상인 법률은 총 24건이다. 이 중 최저임금법 등 8개 법률은 형사처벌항목 42건 모두 사업주가 처벌대상이다. 그 외에 형사처벌항목 중 처벌대상을 사업주로 하는 비중이 높은 법률은 근로기준법 93.2%(73건 중 68건), 임금채권보장법 92.3%(13건 중 12건), 산업안전보건법 92.0%(88건 중 81건) 순이다. 형사처벌항목 건수가 가장 많은 법률은 산업안전보건법(88건)이고, 근로기준법(73건)이 그 뒤를 이었다.
[신아일보] 장민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