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캐나다 거쳐 영국…엑스포유치 활동도 나설듯
해외 장기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국을 방문, 초대형 M&A(인수합병) 실행 여부에 이목이 집중진다. 부산엑스포 유치활동과 영국 여왕 장례식 참석 차원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 기업 ARM 인수관련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출국 후 중남미·캐나다를 거쳐 최근 영국에 도착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치기 위함이다. 그는 지난 8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13일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과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이번 영국 방문에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와 면담보다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을 우선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 영국 왕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영국에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한 건 1984년이다. 이후 영국 윈야드에 가전공장을 세우며 영국 왕실과 인연을 맺었다.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95년 10월13일 윈야드 삼성 삼성전자 복합단지 준공식에 부군 에든버러 공작과 함께 참석해 고 이건희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생산라인 가동 스위치를 함께 눌렀다.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당시 “삼성의 윈야드단지는 삼성과 이곳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상징하고 있다”며 “양국간 경제협력의 새장을 여는 윈야드 파크 준공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이번 영국 방문을 통해 반도체 팹리스기업 ARM 인수도 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ARM 인수설은 이 부회장이 영국을 방문할 때마다 나오는 단골 이슈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업계 1위 목표를 내세웠고 실탄이 풍부한 점 등과 맞물려 인수 대상기업으로 거론된다.
현재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ARM은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IT기기 두뇌를 담당하는 칩 설계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AP로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와 함께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시리즈를 채택 중이지만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에서 대형 M&A 추진에 대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보고 있다”며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ARM의 인수 예상 가격은 70조원 안팎이다. 삼성전자는 현금성 자산을 120조원 이상 보유했다. 다만 ‘반독점 이슈’로 단독 인수는 불가능하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2020년 ARM 인수를 추진했지만 글로벌 각국 규제기관의 ‘반독점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인텔 등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