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줄어든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최근 다시 확대되고 있다. 기업·세대 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선 시장임금정보 제공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3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 대비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수준은 60% 미만을 유지하다 코로나를 겪으며 60% 이상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최근 일상회복이 되면서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다시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임금상승률은 코로나19 직전인 지난 2018년 6.4%에서 2019년 0.3%, 2020년 –2.8%로 크게 떨어졌지만 2021년 6.6%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지난 2018년 4.4%에서 2019년 3.7%, 2020년 1.2%로 대기업에 비해 다소 낮게 떨어졌지만 지난해 3.9%로 이전 상승률을 회복하지 못했다.
2022년 상반기 임금결정 현황조사에서도 300인 이상 기업의 협약임금 인상률은 5.4%(임금총액 기준)로 100~299인 미만 중소기업 인상률(5.1%)을 상회했다. 가장 높은 인상률을 보인 기업규모는 1000인 이상 기업으로 5.6% 인상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규모별 임금격차 완화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대기업의 임금상승률이 회복되면 격차는 다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최근 대기업과 정보통신기술(IT) 선도기업 중심으로 큰 폭의 임금인상이 이뤄지고 있어 올해 임금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대 간 임금격차는 코로나와 무관하게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주요국과 비교 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근속기간 1년차 대비 10년차 이상 임금수준(임금연공성)은 지난 2014년 2.63배로 정점을 찍은 후 낮아지고 있지만 지난해 2.27배로 세대 간 임금격차가 여전히 높았다. 주요국과 비교하면 근속 30년차 임금연공성은 한국이 2.95배로 일본 2.27배, 독일 1.80배, 프랑스 1.63배, 영국 1.52배 등 외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대한상의는 세대 간 임금격차 개선이 더딘 이유에 대해 대기업의 높은 호봉(연공)급 운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호봉급을 도입한 대기업 비중은 60.1%에 달한 반면 중소기업은 13.6%에 불과했다. 특히 1000명 이상 대규모 기업의 70.3%가 호봉급을 도입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도입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세대 간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개편해야 하는데 근로기준법상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임금체계 변경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300명 이상 사업장의 절반가량인 49.2%가 노조가 조직됐으며 전체 조합원의 88.7%가 이들 사업장에 소속됐다.
대한상의는 “임금격차 문제가 △중소기업 취업기피 △청년일자리 문제 △중고령 인력 고용불안 등 노동시장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고”며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급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직무급 전환 시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성실한 협의로 전환하는 취업규칙 변경규제 완화와 직업별 시장임금정보 제공을 위한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만 대한상의는 “취업규칙 변경규제 완화의 경우 근로기준법 개정사항으로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어 쉽지 않은 만큼 먼저 법 개정과 무관한 직업별 시장임금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도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한국형 직업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한상의는 한국형 직업별 시장임금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을 위해 △임금조사대상 사업체 규모 대폭 확대 △임금·직무정보 통합 연동 제공 시스템 구축 △임금정보 조사·제공 관련 민간 역할 확대 등을 제시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 인력확보 경쟁 심화, 노조의 높은 임금인상 요구 등 임금 상승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고비용 구조의 임금체계는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업 경쟁력 저하와 노동시장 왜곡을 야기하는 임금체계를 지속가능한 임금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직업별 임금정보시스템 구축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