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애로 '비용부담', '인프라 미흡', '정보 부족' 순
국내 대기업 10곳 중 3곳은 애플, 폭스바겐 등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직·간접적으로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현황과 정책과제’ 발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14.7%는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의 경우 28.8%, 중견기업은 9.5%가 이 같은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이다. 8월 현재 애플, 구글, BMW, 폭스바겐을 포함한 379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는 SK 7개사,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22개사가 가입했다. 삼성전자도 가입을 추진 중이다.
RE100 캠페인 자체는 구속력이 없다. 하지만 이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내 협력사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RE100 참여에 대한 애로들이 많은 편이다.
실제 응답기업들의 35.0%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비용 부담’을 꼽았다. 이어 관련 제도 및 인프라 미흡 23.7%, 정보 부족 23.1%, 전문인력 부족 17.4% 순으로 응답했다.
대한상의는 근본적인 문제로 국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부족을 지적했다. 지난해 국내 전력다소비 기업 상위 30개사를 대상으로 한전의 전력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상위 5개 기업은 47.7 테라와트시(이하 TWh), 30개 기업은 102.9 TWh의 전력을 소비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 TWh에 불과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향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력 다소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RE100 참여를 위해 희망하는 정책과제로는 ‘경제적 인센티브 확대’가 25.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재생에너지 구매를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인정’ 23.2%,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 19.8%, ‘정보 및 재생에너지 사업자 매칭 컨설팅 지원’ 16.5% 순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PPA(전력거래계약) 주민참여형 사업에 인센티브 제공 △녹색요금제 구매 시 부가비용 면제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대형사업에 민간기업 참여 확대 △PPA 부가비용 최소화 등 6개 정책 지원과제를 제안했다.
아울러 RE100 대신 ‘CF100’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응답기업의 62.2%는 ‘국내 현실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에 37.8%는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CF100(24/7 Carbon-Free Energy)은 24시간 일주일 내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풍력, 태양력, 원자력발전 등의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실시간 공급받아 사용하자는 캠페인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70여개사가 참여 중이다.
김녹영 대한상의 탄소중립센터장은 “해외 수요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기업의 중소·중견기업 협력사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며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협력사가 1만개 이상으로 파악되는 만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