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민생 행보라지만… 정치권 반응 "아쉽다" 일색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8·15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사면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특별사면 명단은 '경제'를 중심으로 채워졌다. 최근 고물가·고환율·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 상황,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세를 고려했을 때 '민생'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사면대상 명단을 살펴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 주요 재벌 총수가 포함됐다. 앞서 사면대상으로 거론된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은 모두 배제됐다.
◇尹 "민생, 경제 활발히 돌아갈 때 숨통 트여"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 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경제인 사면에 무게를 둔 배경을 묻자 "제일 중요한 게 민생이고, 또 민생이란 건 정부도 챙겨야 되지만 경제가 활발히 돌아갈 때 거기서 또 숨통이 트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회의에서도 8·15 광복절 특별사면·특별감형·특별복권·특별감면 조치 등 관한 안건을 상정한 뒤 "이번 사면을 통해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로 어려운 서민들의 민생을 안정시키고,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을 비롯해 서민과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기회와 희망을 드리고자 한다"고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윤 대통령은 "사면 대상과 범위는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넓게 수렴해서 신중하게 결정했다"며 "이번 특별사면으로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공공부문의 긴축과 지출구조조정, 그리고 이를 통해서 만들어진 재정 여력으로 우리 사회 약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두텁게 지원할 것"이라고 부언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첫 시행된 특별사면에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에 방점을 뒀음을 명확히 했다"면서 "이번 특별사면이 서민경제에 역동성을 더하고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구두논평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특별사면은 주요 경제인을 엄선해 사면·복권함으로써 경제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사면 대상자를 적극 발굴해 포함시킴으로써 민생경제 저변의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뒷받침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번 특별사면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내는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노사 통합 및 사회적 약자 배려에 대한 적극 의지 표명이라고 평가한다"면서 "모쪼록 이번 특별사면이 경제위기 극복에 활력소가 되고 사회 통합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 "통합 아쉬움" 정의 "사법정의 무너져"
야당은 이번 사면에서 '통합'이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번 사면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가 한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도 "하지만 민생과 경제회복은 특별사면으로 달성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하는 중대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이번 사면이 윤석열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에 부합한 건지, 민생을 안정시키고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재기의 기회와 희망을 드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또 "이번 사면이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디딤돌이 되지 못한만큼 후보시절부터 국민들에게 강조했던 윤 대통령의 통합과 포용의 정치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는 재벌총수의 광복절 특별사면 명분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댄다. 기술투자와 고용창출이 재벌 총수 한 명의 머리에서 나오나"라고 몰아세웠다.
박 의원은 "이번 사면에 굳이 재벌총수를 끼워넣은, '부자를 배제하지 않는 사면'을 비판하는 오래된 말이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면서 "이재용과 신동빈의 죄목은 뇌물죄였다. 부정부패와 싸워온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이 정권의 행태, 박용진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의당은 "또다시 돈 앞에 사법 정의가 무너졌다"면서 "강자만을 위한 '윤석열식 법치'의 민낯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때 되면 풀어줄 재판 뭐하러 하나"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동영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힌 뒤 "'법 앞의 평등' 원칙을 훼손하는 재벌 총수 사면은 불가하다. 철회하라"라면서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이지만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며, 사법 정의와 법치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소한 절제돼야 하는 권한이란 걸 명심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가석방이라는 꽃길을 깔아주더니, 윤석열 정부는 복권으로 경영복귀라는 가마까지 태워줬다"고 날 세웠다.
이 비대위원장은 "특히 이 부회장은 현재 국정농단 시발점 중 하나인 삼성물산 회계조작 건으로 기소돼 별도재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경영권승계를 위해 국정농단과 분식회계는 시장경제를 유린하는 행위다. 정부의 이번 사면은 공정한 시장경제의 기초를 스스로 허무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與내에서도 의견 분분… MB 제외 지적도
여권 내에서도 이번 사면이 아쉽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을 이번 사면대상에서 제외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명박 정부 시절 특임장관을 거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난 국민통합 차원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포함됐으면 하는 바람을 이전에 말씀드렸다"면서 "대폭 사면과 국민 화합에 조금 기대에 (못 미치고), 내 기준에 못 미쳐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면은 정치의 잣대로 하는 국정 이벤트 행사인데 검찰의 잣대로 한 이번 8·15특사는 아무런 감흥도 없는 밋밋한 실무형 사면에 불과했다"고 일침했다.
'친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이재오 상임고문은 전날 "이번 사면은 특정 개인을 사면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 인수 후 처음 하는 사면"이라면서 "국민 여론을 다시 안정시키고 국민통합에 다가가는 차원에서 대사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고문은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 하고 이런 차원이 아니고 대사면을 통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데 초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알리며 "(이 전) 대통령이 '지금 중요한 게 국가가 안정되고 당이 안정돼야 하는데 내 문제로 그것에 지장이 가서야 되겠느냐. 그렇다면 나는 안 해도 좋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주요 경제인, 노사 관계자, 특별배려 수형자 등 1693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아울러 건설업, 자가용화물차·여객운송업, 공인중개업, 생계형 어업인 어업면허·허가,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59만3509명에 대해서는 특별 감면조치를, 모범수 649명에 대해선 가석방을 각각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