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회장 "상생 저버린 채 원유가격 협상 응하지 않아"
낙농가들이 정부와 ‘차등별 용도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 낙농제도 개편을 두고 갈등이 커진 가운데 유업체 공장에서 대규모 투쟁을 예고했다. 매일유업과 빙그레 등 우유기업들은 집회 예고에 난감한 모습이다.
5일 낙농가 생산자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이달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매일유업 평택공장(8~10일)과 빙그레 남양주 도농공장(11~12일)에서 ‘목장원유(原乳)가격 협상 촉구! 유업체 규탄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번 집회는 유업체들이 원유가격 새 적용일인 8월1일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협상에 참여하고 있지 않자 이를 규탄하기 위해 열리는 것이다.
원유기본가격은 낙농진흥회 ‘원유의 생산 및 공급규정’에 따라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농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를 토대로 결정된다. 이후 1개월 이내 학계와 생산자, 수요자로 구성된 ‘원유가격 조정 협상위원회’가 구성돼 올해 원유가격 협상범위(리터당 47원~58원)내에서 양측이 인상액을 타결하고 올해 8월1일부터 적용돼야 한다.
낙농육우협회는 통계청이 지난 5월24일 농축산물생산비 조사 결과를 발표한 만큼, 6월24일까지는 협상위가 꾸려져야 하지만 유업체에서 협상위원을 아직 추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유가공협회를 비롯한 유업계는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안의 핵심인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이 전제로 되지 않는다면 협상에 응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 회장은 “정부와의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낙농제도 개편 논의가 중단됐고, 유업체는 상생의 정신을 저버린 채 원유가격 협상장에 계속 나오지 않았다”며 “약자인 농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현실이 너무나 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집회는 준법투쟁을 통해 농가의 어려움을 외부에 계속 알리겠다”고 밝혔다.
낙농가 집회가 예고된 매일유업과 빙그레는 난감한 표정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다소 당황스럽다”면서도 “정부와 유업계, 낙농가 모두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지길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합의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 빅(Big)3 중 하나인 남양유업은 이번 집회 대상에 빠졌다. 서울우유의 경우 낙농가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이란 점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낙농가와 협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집회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