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잘 했는데 기뻐하지 못하고 가시방석이다. 바로 정유업계 이야기다.
올해 2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불과 3개월 만에 총 6조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1분기 실적까지 합치면 상반기에만 10조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합산 5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지난 2020년과 비교하면 눈부신 실적이다.
하지만 주변 시선은 곱지 않다. 정유사들이 거둔 최대 실적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기름값을 비싸게 받아 이룬 결과라는 게 세간의 인식이다. 소비자들은 국제유가 상승기에는 훅훅 오르던 기름값이 정작 국제유가가 하락세일 때는 찔끔 내려온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일각에서는 정유사들이 불공정행위로 부당하게 폭리를 취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한다.
정치권에선 아예 정유4사를 대상으로 한 초과이익 환수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고유가 상황에서 ‘운 좋게’ 호황을 누리는 정유사들에게 이른바 횡재세를 부과해 국민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다.
정유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사는 원유를 사들여와 공장을 가동해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을 뽑아낸다. 제품 가격에서 원유 비용과 생산비용, 세금 등을 빼고 남는 정제마진이 높으면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조다.
중요한 건 석유제품 가격 중 원유비용과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90%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이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결국 정유사가 실제로 통제 가능한 비용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정유사가 국내에서 휘발유를 판매해 벌어들인 이익은 전체 이익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정유사들은 국내 석유제품 판매가 영업이익률이 2% 내외에 그칠 정도로 수익성이 낮다고 입을 모은다.
2012년 8월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966.8원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22년 8월 휘발유는 리터당 1993.7원(서울 기준)에 판매되고 있다. 백반, 생수, 라면 등 모든 제품들의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는데도 휘발유 가격은 10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한국 석유제품 가격은 현재까지도 아주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여태껏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에서 기인된 정유사의 막대한 손실에 대해서는 지원이나 보상책이 없었다. 코로나19 이후 이례적인 어닝쇼크를 겪으며 고생했던 정유사들의 숨통이 트이자 이제는 횡재세 부과를 언급한다. 그동안의 손해는 외면한 채 일시적인 이익을 억제하려 드는 것은 부당한 처사 아닐까. 정유사를 향한 ‘눈치주기’보다는 적절한 보완과 지원 장치가 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