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합의 불구 불이행, 김앤장 '쌍방대리'로 계약 무효 주장
한 대표 "당시 홍 회장, 외식사업 관심 없다 의사 전달" 반박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한앤컴퍼니(한앤코)와의 경영권 매각 소송을 두고 외식사업 ‘백미당’ 분사와 가족들의 임원 예우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의 전제라는 주장을 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앞서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정찬우)는 한앤코19호가 홍원식 회장 등 3명을 상대로 한 주식양도청구 소송 7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홍원식 회장과 한상원 한앤코 대표는 각각 오후 2시, 4시 다른 시간대 증인으로 출석했다.
홍 회장은 변론을 통해 “회사를 매각하면서도 부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 자식에 경영권을 물려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이 조건을 받아줄 곳으로 매각 상대방을 물색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소송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백미당 분사에 대해 한앤코와 사전에 합의를 했지만 실제 계약에서는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아내(이운경)를 위한 백미당 분사와 자식을 위한 임원진 예우를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을 통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함춘승 사장은 홍 회장과 한앤코 간 경영권 매각 중개 역할을 해온 핵심 인물이다. 홍 회장은 계약 체결 과정에서 백미당 분사, 가족 예우에 대한 조건을 대전제로 했으나 거래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담기지 않은 만큼 계약은 무효라는 입장이다.
한앤코는 이와 상반된 주장을 했다. 같은 날 증인 출석한 한상원 대표는 “함 사장을 통해 홍 회장에게 백미당 분사를 희망하는지 의사를 물었고, 당시 홍 회장은 외식사업에 관심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어 “매도자가 어떤 자산을 파는지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만큼 거래 대상을 재차 물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양측 거래 계약서에는 홍 회장의 날인이 있다. 거래를 승인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날인이 조건부 날인이란 점을 강조했다. 당시 법률대리를 맡았던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추후 보완하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면서 계약서에 조건부로 도장을 찍었다고 부연했다.
이번 소송에서 홍 회장을 대리하는 LKB파트너스는 이를 두고 김앤장이 계약 과정에서 홍 회장뿐만 아니라 한앤코 대리까지 양쪽을 중복해서 맡은 ‘쌍방대리’인 만큼, 계약이 무효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앤코 측 소송대리인은 “피고(홍 회장) 말대로라면 김앤장 변호사의 행동은 사기이고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할 일"이라면서도 "1년 넘게 형사 조치를 안 하고 있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LKB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홍 회장이 해당 변호사를 고발해야 한다고 얘기했으나 주변에서 민사 문제를 형사사건으로 비화하는 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서 고발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회장도 이에 대해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