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근 장관 취임 때 강조 '건식 쌀가루 산업화' 구체화
전문생산단지 200개, 전략제품 개발…식량안보 위기 대응
농림축산식품부가 2027년까지 가공 전용 쌀 종류인 ‘분질미’ 20만톤(t)을 공급해 쌀 수급안정과 밀가루 수입 의존도를 낮춘다.
윤석열 정부 초대 농정 수장인 정황근 장관이 취임 때 강조한 핵심 프로젝트 ‘건식 쌀가루 산업화’를 구체화시켜 식량안보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농식품부는 현 정부의 농식품 분야 핵심 국정과제인 식량주권 확보 일환으로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에 본격 나선다고 9일 밝혔다.
농식품부는 그간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쌀 가공산업을 지원해 왔다. 이를 통해 국내 관련 시장 규모가 2010년 4조1000억원에서 2020년 7조3000억원 규모로 확대되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쌀의 가공적성 한계와 높은 가공비용 등의 제약으로 시장을 확대하는데 한계도 있었다.
농식품부는 쌀 가공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수입 의존도가 큰 밀가루 수요 일부를 쌀로 대체하기 위한 대안으로 가공 전용 쌀 종류인 분질미를 활용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분질미로 연간 밀가루 수요 200만t의 10%가량을 대체하는 게 골자다.
일반 쌀은 전분 구조가 밀착돼 단단하기 때문에 가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습식제분을 해야 한다. 하지만 분질미는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건식제분이 가능하다.
또 제분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전분 손상은 적어 일반 쌀가루보다 밀가루를 대체하는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분질미 육성을 위해 우선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한다. 내년 10개소에서 2027년 200개소로 확대하기 위해 직불금 지원과 농가 기술 지도를 통해 안정적인 원료공급 기반을 구축한다.
공공비축제도를 활용한 분질미 공급체계를 운영하고, 식품·제분업계에 시료를 제공해 분질 쌀가루를 활용한 전략 제품 개발에 나선다. 올해는 분질 쌀과 쌀가루 1t을 CJ제일제당과 농심미분, 농협오리온 등 식품기업에 제공하고, 이달 중 제분 특성과 품목별 가공특성을 평가한다. 내년에는 이를 100t 수준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분질미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민관 공동 거버넌스를 운영하고, 업계의 식품인증 활용과 수출확대를 지원한다.
민관 공동 거버넌스의 경우 가칭 ‘쌀가루 산업 발전협의체’를 발족시켜 생산자와 소비자단체, 제분업체, 가공업체, 전문가 등이 참여토록 한다. 글루텐프리 등 쌀 가공식품에 특화된 식품인증제도를 홍보하고, 쌀의 기능성 식품 원료 등록 추진으로 프리미엄 쌀 가공식품 시장을 육성한다.
농식품부는 이달 말까지 과제별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주기적으로 관계기관 회의와 쌀가루 산업 발전협의체 운영으로 추진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대책으로 안정적인 가공용 분질미 원료 공급·소비 체계를 구축해 쌀 가공산업을 육성하고, 식량자급률 제고와 쌀 수급균형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쌀 수급 과잉으로 소요되는 비용(시장격리·재고 관리 등)을 절감해 밀·콩 등 식량 자급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