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코로나 터널’ 벗어나는 대한민국… 표정이 되살아나다
[창간특집] ‘코로나 터널’ 벗어나는 대한민국… 표정이 되살아나다
  • 한성원·이상명 기자
  • 승인 2022.06.0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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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주연의 액션 영화 ‘범죄도시2’가 지난 5월31일 기준 관객 7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개봉 14일 만에 거둔 기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생충’ 이후 최단기 흥행 성적이다. 월별 관객 수 역시 4월 312만명에서 5월 1455만명으로 366% 급증해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팬데믹 이후 월 관객 수가 1000만명을 넘긴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계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자영업자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고, 지역사회에서는 축제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여행·미용 등 관련 업계 역시 저마다의 이유로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암흑 같던 코로나19 터널을 벗어나 환한 미소를 머금은 대한민국의 표정을 그려본다. <편집자주>

붐비는 영화관… 영화관객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사진=연합뉴스)
붐비는 영화관… 영화관객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사진=연합뉴스)

◇ 거리두기 전면 해제… 소상공인 안도의 미소 짓다

지난달 31일 밤 10시 서울 종로의 한 골목에 줄지어 위치한 포장마차들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30~40대로 보이는 손님들은 길가에 놓인 수십 개의 테이블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마스크를 벗은 채 술잔을 연신 부딪혔다.

직장인 박모 씨는 “거의 2년여 만에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는데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친구들과의 모임도 부쩍 늘고 이제는 진짜 예전의 일상을 되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도 일상회복을 체감하는 분위기다. 이곳에서 포장마차를 운영 중인 한 사장님은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반토막 났었는데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코로나19 이전 매출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고 귀띔했다.

지난 2020년 3월부터 도입된 거리두기 조치가 4월18일부터 전면 해제되면서 자영업자를 비롯해 대학가, 여행업계 등 각계각층에서는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로 활기를 찾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취소됐던 축제를 다시 진행하고 취업박람회와 문화제, 공연 등 소규모 행사도 잇따라 열렸다. 이에 대학 캠퍼스 생활을 누리지 못했던 ‘코로나 학번’들도 들떠있는 모습이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면서 관련 업계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던 화장품 업계는 립스틱 등의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며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4월 각 백화점의 색조화장품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0%에서 40%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형외과 결제 건수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카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4월 성형외과 업종의 일평균 결제건수는 2021년 같은 기간 1119건에서 1337건으로 19% 늘었다. 결제 금액은 32% 증가했고 피부과 결제 건수 역시 7% 증가했다.

이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대면 접촉이 많아질 것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외모 가꾸기에 나선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역사회가 살아난다… ‘축제의 장’으로 변모한 지역명소

거리두기 조치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지역명소는 축제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주말이면 전국의 주요 도로는 행락객들의 차량이 가득 메우고 전국의 관광명소에는 여행객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등 3년여 만에 되찾은 일상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자자체들도 묵혀뒀던 축제프로그램을 다시 끄집어내 톡톡 튀는 컨셉과 트렌드를 반영한 새 프로그램으로 가다듬어 손님맞이에 들어가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3년 만에 열린 전남 장성 황룡강 '홍(洪)길동무 꽃길축제'는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의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장성군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이어진 올해 축제에는 계수기 집계 기준 15만3000명이 다녀갔다. 축제 개막 이전인 이달 초 개화기로 시기를 앞당기면 24만5000명이 10억 송이의 봄꽃이 피어난 황룡강변을 찾았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축제 당시 방문객 수는 17만2000명으로, 올해 2만명가량 줄기는 했지만 3년 만에 재개된 축제는 2017년 5만명과 이듬해 3만명 대비 3∼6배 규모로 커진 방문객 유치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지난달 4∼8일 5일간 경남 하동군 화개·악양면 일원에서 열린 ‘제25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녹차 판매를 통한 농가의 소득증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동군에 따르면 3년 만에 대면 축제로 개최된 이번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제다업체 27곳, 지역 농·특산물 판매점 14곳, 다구 판매점 3곳, 그 외 관내 지역특산물 판매점이 입점해 축제기간 3억여원의 판매실적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3년 전 대면 축제로 열린 제23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와 비교하면 약 1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특히 이번 축제기간 화개면 켄싱턴리조트에서 열린 2022년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에서도 1000만 달러어치의 농·특산물 수출 성과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3년 만에 열린 장성 황룡강 홍길동무 꽃길축제 (사진=연합뉴스)
3년 만에 열린 장성 황룡강 홍길동무 꽃길축제 (사진=연합뉴스)

◇ 정상등교 시작… 친구와 마주한 반가움의 얼굴들

지난 5월2일 서울 서대문구 금화초등학교에서는 3년 만에 체육행사가 열렸다. 이날 6학년 학생들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이어달리기 등 경기를 펼쳤다.

6학년 김모 양은 “3년 만에 체육활동을 하니까 새롭고 재밌었다”며 “마스크를 꼈을 때는 숨이 차서 힘들었는데 마스크를 벗으니까 시원해서 좋았다. 앞으로 친구들이랑도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얘기할 수 있어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날부터 전국 모든 학교에서는 코로나19 유행 2년여 만에 방역 목적의 원격 수업을 종료하고 전면 등교를 시작했다. 체육대회와 수학여행 등 그동안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교육 활동이 재개되면서 일선 학교도 활기를 되찾았다. 실외 마스크 착용의무 해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친구들을 마주한 학생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수학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고등학교 입학 후 한 번도 수학여행이나 운동회 같은 행사에 참여한 적이 없어 아쉬웠다”며 “고3이라 수학여행을 가지는 않겠지만 친구들과 수능 이후 졸업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다. 그때쯤이면 마스크도 벗을 것 같고, 공부 압박에서도 벗어난 상태일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설레했다.

같은 지역 한 교사는 “사실 행사가 늘어나는 걸 떠나서 정상등교가 진행되는 것이 교사의 입장에서도 훨씬 편하다. 솔직히 새 학기가 시작됐을 때 현장은 혼돈 그 자체였다”며 “그래도 이제는 줄어들지 않을 것만 같았던 학교 확진자가 줄어들고 안정기가 찾아오면서 교사들의 업무 과중 문제도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오랫만에 소풍에 나선 아이들이 도시락을 먹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랜만에 소풍에 나선 아이들이 즐거운 점심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일상회복’ 몇 걸음 남았나… 새정부의 계획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39조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 추경안이 가결 처리됐다. 지방 이전 지출까지 합하면 전체 추경 규모는 62조원에 달한다. 역대 추경 가운데서도 최대 규모다.

이로써 자영업자 371만명은 1인당 6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손실보전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 4월27일 당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 계획을 포함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미 새정부 출범 이후 한 달 이내에 ‘실외 마스크 프리’를 선언하겠다는 계획은 현실화한 바 있다.

100일 로드맵은 '국민 신뢰를 다시 얻고, 지속가능한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가을이나 겨울 재유행에 대비한다'는 3대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 정책 추진 체계 마련 △새로운 위기에도 지속가능한 감염병 대응 체계 확립 △고령층, 기저질환자, 영유아, 독거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두터운 보호 △백신 이상반응 피해보상 확대 및 안전성에 대한 연구기능 강화와 충분한 치료제 확보 등을 4대 추진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지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윤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의 K-방역을 ‘정치방역’으로 규정하고 ‘과학방역’을 새로운 기치로 내걸었다.

100일 로드맵의 신속한 실현은 또 다른 과제다. ‘실외 마스크 프리’에 이어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상’ 문제를 처리한 윤 정부가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가을 대유행’이 닥치기 전에 신속하게 로드맵을 실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아일보] 한성원·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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