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권의 가계대출과 기업 자금 공급 확대를 위해 일시적으로 완화했던 금융권 건전성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을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지명한 가운데 관련 이슈는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풀이된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이번 인선은 현재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더 이상 금융감독·정책기구의 새 수장 결정을 미룰 수 없다는 각계의 요청을 엄중히 받아들인 결과로 보인다.
금융위는 국내 금융권의 실물경제 지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 규제 유연화 방안을 2020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다만 미국 긴축 돌입 등 국면 전환으로 6월말 종료 주문이 나온다.
일시적으로 건전성 기준을 완화해 유동성 공급을 최우선시 했지만, 다시 건전성 규제를 정상화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가 대표적 과제다. LCR 강화로 은행의 대출 여력은 자연스레 줄어들게 된다. 충격파가 적지 않을 전망이라 금융위가 무게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는 당부가 많다.
여신전문금융사의 유동성 비율 적용, 저축은행의 영업 구역 내 의무여신 비율 적용 유예도 6월말 종료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가 9월에 사실상 종료되는 상황에서 당국은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대환대출과 채무 조정을 확대하는 문제를 조율 중이다.
각종 스트레스 테스트 역시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이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공로를 세운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이를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승범 위원장 사의 표명 이후 새 위원장 인선이 한 달가량 미뤄지면서 금융권은 물론 각계에서 걱정이 적지 않았다.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에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이 하락하는 등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져 대손충당금과 관련한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추진도 문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시절엔 한국은행과의 권한 침해 문제나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조율 등에 힘 있는 목소리를 내며 금융위가 개정 준비를 주도했지만, 수장 공백 사태로 금융위의 구심력이 떨어지고 있었던 게 엄연한 현실이다. 자칫 당국 간 이견 부각으로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이어지던 터에 결국 새 금융위원장 임명 문제가 타결된 것이다.
그간 국책은행장 인선도 금융위 수장 공백 여파를 겪고 있었지만 이제 해결할 수 있는 물꼬가 터진 셈이다.
다만 ‘금융위 김주현’호가 순항하기엔 우려가 없지 않다. 지난달 17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명서에서 김주현 회장이 과거 관료로 일하던 당시 론스타 사태 관여 의혹과 이해충돌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론스타가 국내법상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인지 논란이 있을 때 론스타 손을 들어준 한 원흉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은 윤석열 정부가 금융규제 개선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김 회장의 경험치를 우려한다. 기술 혁신만 추구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따뜻한 금융은 생략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에서 교체 가능성을 타진하느라 시간을 끄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지난 한 달여 사이 뒤따랐던 이유도 여기 있다. 김주현 임명 결단으로 가닥이 잡힌 만큼 이제 정책 성과와 함께 각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소통은 새 숙제로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