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 인수 포기' 궁지 몰린 홍원식 회장, 한앤코와 법적 공방 지속
각각 식자재·단체급식과 유업계 대표 기업인 아워홈과 남양유업이 경영권 분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아워홈은 다시금 남매간의 싸움으로 치닫고 남양유업은 사모펀드와의 공방전이 장기화되면서 기업 성장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워홈과 남양유업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상황이다. 아워홈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기준 국내 단체급식·식자재 톱(Top)4를, 남양유업은 서울우유, 매일유업과 유업계 톱3를 차지하는 대표 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오너가(家)의 경영권 다툼에 휩싸이면서 경영 리스크 면에서 악재가 낀 모습이다.
◇아워홈 구본성·구미현 지분 58% 동반 매각
범(凡)LG 계열의 아워홈은 구지은 체제 1년도 안 돼 남매간의 싸움이 재현되면서 자칫 주인이 바뀔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아워홈은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 38.56%로 최대 주주다. 이어 장녀 구미현 20.06%(자녀 보유분 포함), 차녀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 19.6%, 삼녀이자 아워홈을 경영 중인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갖고 있다.
2000년 당시 LG유통에서 분리·설립된 아워홈은 창립자인 구자학 회장과 막내 구지은 부회장 경영체제였다. 그러다가 2015년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막내를 밀어내고 경영권을 쥐면서 다툼의 시작이 됐다. 하지만 구 전 부회장이 2020년 9월 보복운전 혐의로 검찰에 기소당하고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후 지난해 6월 세 자매 연대에 구본성 전 부회장은 경영권을 뺏겨 해임됐고,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에 다시 복귀했다.
구 전 부회장은 올 2월 아워홈을 떠나면서 지분 매각을 공표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아워홈의 구지은 체제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구지은 부회장은 취임 반 년 만에 적자경영에서 벗어나 리더십을 인정받았고, 올해 매출 2조원 달성을 목표로 디지털 헬스케어·케어푸드 등 신사업 발굴과 외연 확장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자문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최근 장녀 구미현을 설득해 지분 합산 약 58%를 동반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장남과 장녀의 동맹으로 구지은 체제가 순식간에 위태로워진 것이다. 라데팡스는 내달 중 예비입찰, 7월까지 최종 낙찰자 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아워홈은 사전에 장남-장녀 지분의 동반 매각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 이미지 추락에 2년간 영업손실 1500억
남양유업은 지난해 4월 ‘불가리스 사태’로 오너 2세인 홍원식 회장이 사임하고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오너가 지분 53.08%를 넘기는 주식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하며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한앤코가 홍 회장의 경영권 양도 지연과 백미당 분사 등의 무리한 요구, 계약해제 시사 등의 이유를 들어 같은 해 8월 소송을 걸고, 홍 회장 역시 한앤코의 약정 위반 주장과 함께 매매 계약을 해지하면서 경영권을 두고 양측의 법적 공방전은 지속되고 있다.
홍 회장 측은 그 해 11월 한앤코와 법적분쟁 해소라는 전제 조건을 달고 대유위니아에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한 상호협력 이행협약을 체결하며 기대를 걸었다. 대유는 홍 회장 측에 계약금 320억원도 건넸다. 한앤코는 양 측의 협약 무효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냈고, 올 1월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결국 대유는 경영권 인수를 철회했다. 홍 회장은 더욱 궁지에 몰렸고, 남양유업 또한 기업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게 됐다.
실제 남양유업은 홍 회장과 한앤코 간의 경영권 다툼에 따른 이미지 추락에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치며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지난 2년간(2020~2021) 영업 손실만 1545억원에 달한다. 한 때 1조4000억원 가까이 매출을 올렸지만 코로나 2년간 1조원을 넘지 못했다.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이 가정간편식(HMR)·성인영양식 등 외연 확장으로 지난해 기준 각각 1조8000억원대, 1조5000억원대로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경영권 다툼이 장기화되면 이미지 악화는 물론 신사업 등 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받기 어렵게 된다”며 “기업가치 제고의 전제조건은 경영권 안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