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융합’이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다. 기업의 정통 사업 경계는 이미 허물어졌다. 기업들은 협력과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융합형 비즈니스 기회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살기 위한 미래 생존법이다. <신아일보>는 2021년 진행한 업종별 ‘융합시리즈’ 2탄을 마련, ‘살길은융합’ 연중기획편을 올해 다시 이어간다. 기업별 CEO 경영스타일을 분석, 이에 맞춘 융합 전략과 미래사업을 파악해 보는 시간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가전업종 CEO를 파헤친다. <편집자 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핵심전략을 추진 중인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체질개선과 신사업에 속도를 낸다. 부진 또는 전망이 어두운 LG의 사업은 정리하고 신사업 추진으로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선봉장에 선다.
13일 LG에 따르면, 기획·전략통인 조 사장은 올해 사업매각과 신사업 진출 준비에 한창이다.
우선 지난 2월 전망이 불투명한 태양광 패널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이어 3월엔 ‘차량용 휴대폰 무선충전 사업’을 매각키로 했다. LG전자는 지난 2017년 이 사업 진출 후 완성차업체에 무선충전모듈을 공급해왔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30%대로 업계 1위다.
업계에선 조 사장의 발 빠른 행보에 대해 예견된 일로 내다봤다. 1987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한 조 사장은 실천을 중시하는 행동파로 평가받는다. 그는 미국·독일·호주 등 주요 해외시장을 두루 거쳤고 북미대표 재임 시절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선제대응 차원에서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세계 최대규모의 AI자율공장을 설립했다.
특히 최근 2년간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으며 중장기 전략 수립과 지속가능 성장 기반 구축에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지속적자를 기록하던 MC사업본부의 종료를 결정했다. 이를 포함해 지난해에만 13곳 자회사를 청산·합병했다.
올해부터 CEO와 CSO 자리를 겸임하는 조 사장이 연초부터 사업구조 개편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셈이다. 물론 조 사장이 사업을 매각, 정리만 한 건 아니다. 그는 과감한 M&A(인수합병)부터 신사업 육성을 위한 사내벤처 CIC(사내회사)와 사내 크라우드 소싱 등 혁신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특히 유망사업 확대와 신사업도 그의 주요 업무다. 전장사업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020년 글로벌 3위 전장기업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논의하던 당시 최종협상을 이끈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LG전자는 전장 분야에서 △인포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 VS사업본부 △차량용 헤드램프 사업을 펼치는 ZKW △파워트레인을 개발하는 LG마그나 등과 함께 3개 핵심 축을 완성했다.
조 사장은 의료기기와 블록체인·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도 융합을 통한 신성장동력으로 검토 중이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의료기기 제작·판매업,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판매, 암호화 자산의 매매·중개업,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라이선스업 등을 추가했다.
아울러 가전분야에선 기존 제품군에 새로운 가치를 더한 라인업을 선보이며 업계를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조 사장은 지난 1월 진행된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22에서 “고객의 편리와 재미는 물론 소중한 일상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더 나은 일상을 위한 고객 경험 혁신을 선보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