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위니아그룹이 지난해 유업종 분야 상표권을 대거 출원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상표권 출원 시기는 남양유업과 조건부 인수협약을 맺은 직후다. 남양유업을 인수할 경우 빠르게 브랜드 개편에 착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일 특허청에 따르면, 대유위니아그룹 중간지주사격인 대유홀딩스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까지 NY홀딩스, NY유업, NYD, NY DAIRY 등 알파벳 ‘NY’를 내세운 상표권 31건을 출원했다. 이들 상표권은 커피, 주스 등 음료업을 비롯해 두유, 발효유, 분유 등 유업종과 아이스크림, 과자 등 식음료업 전반에 걸쳐 출원됐다.

가전제품과 자동차부품이 주력인 대유위니아그룹이 타 업종 상표권 확보에 나선 셈이다. 이는 인수 가능성이 있는 남양유업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유홀딩스는 지주사를 의미하는 ‘NY홀딩스’ 상표권도 출원했다. 남양유업의 식품관련 중간지주사 편입이란 시나리오도 가능해진다.

다만 대유위니아가 섣불리 상표권을 출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인수를 확정짓지도 않은 기업의 리브랜딩을 위해 상표권을 확보한 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유위니아그룹은 지난해 11월 남양유업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와 법적 분쟁을 해소하고 보유주식 양도가 가능해지면 주식인수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는 ‘조건부 약정’이다.

남양유업은 한때 매출 1조까지 바라봤지만 잇단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난해 5월 홍 회장 사퇴와 함께 한앤코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홍 회장은 한앤코가 신뢰관계를 무너뜨렸다며 SPA 무효를 선언했고 대유위니아그룹과 조건부인수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대유위니아그룹이 남양유업을 빠른 시일 내 인수할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하다. 현재 한앤코는 남양유업을 상대로 ‘주식 양도계약 이행’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민사소송은 대법원 판결까지 2~3년 소요된다. 지난달엔 법원이 한앤코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홍 회장과 대유위니아그룹은 본안판결 확정 전까지 추가 교섭, 협의 또는 정보 제공 등이 금지된 상태다.

대유홀딩스 관계자는 일련의 내용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장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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