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익을 편취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과 시정명령을 받았다. 공정위는 SK㈜가 지난 2017년 LG실트론(현 SK실트론) 인수과정에서 최 회장에게도 부당하게 지분취득 기회를 제공했다고 내다봤다. 다만 최 회장이 취득한 지분가치는 약 1967억원 상승한 반면 과징금 수준은 8억원에 그쳤다. SK㈜ 측은 이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22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SK㈜가 LG실트론(현 SK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6억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SK㈜와 최 회장 각각 8억원씩 책정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 지난 2017년 SK㈜는 LG실트론(현 SK실트론)의 주식 70.6%를 취득한 후 잔여주식(29.4%)도 얻을 경우 상당한 이익이 예상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 회장이 잔여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인수기회를 합리적 사유 없이 포기했고 최 회장의 지분취득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SK㈜는 LG실트론의 잔여주식 인수는 ‘추후 결정’키로 내부검토 했지만 장동현 SK㈜ 대표는 최 회장이 인수 의사를 피력하자 이사회 심의도 없이 입찰참여를 포기했다. 아울러 SK㈜는 잔여주식 매도자인 우리은행 측과 비공개협상을 진행하고 임직원을 통해 최 회장의 주식매매 계약을 지원했다.
공정위는 “해당 이익은 SK㈜에게 귀속돼야 하지만 최 회장이 회사동의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자신에게 위법하게 귀속시켰다”고 내다봤다.
특히 “결정 과정에서 사업기회의 정당한 귀속자인 SK㈜는 사실상 배제됐다”며 “최 회장에게 귀속된 이익규모가 상당한 점을 고려하면 이익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상증세법에 따를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최 회장이 취득한 LG실트론의 주식 가치는 2017년 대비 약 1967억원 상승했다.
반면 최 회장과 SK㈜에 대한 과징금은 각각 8억원에 불과했고 시정명령은 ‘앞으로 이런 행위를 하지 말라’는 내용뿐이다. 형사고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육 국장은 이에 대해 “사익편취행위는 거래 또는 제공한 위반금액 기준 과징금을 산정한다”며 “이번 경우는 사업 기회 제공으로 가치가 얼마인지 산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이 취득한 이익과 과징금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앞으로 그런 취득한 이익이 과징금액 산정에 반영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위반정도가 중대·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고 최 회장이 SK㈜에 사업기회 제공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며 “사실상 최초 사례로 명확한 법 위반 인식을 갖고 행해진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SK㈜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SK실트론 사건에 대해 충실하게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제재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또 “지난 15일 전원회의 당시 SK㈜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SK실트론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은 것은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번 결정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잔여 지분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입찰은 해외 기업까지 참여한 가운데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밝힌 참고인 진술과 관련 증빙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법리판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기존 심사보고서에 있는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반복했다”며 “공정위 전원회의의 위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K㈜는 “의결서를 받는 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방침”이라며 “이번 일로 국민과 회사 구성원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