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이 시행 한달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5000명대로 올라섰고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 중인 새 변이 ‘오미크론’의 국내 유입이 확인됐다.
이미 수도권의 중증 병상 가동률이 90%에 육박하고 재택치료 환자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감염확산에 가속도가 붙을 경우 방역과 의료대응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지금이라도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일상회복’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소상공인을 비롯해 경제 전반에 미칠 타격을 생각하면 방역강화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2일 방역당국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전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국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신규 확진자는 총 431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일 동시간대 (3857명)보다 460명 많은 수치로 이날 발표될 신규 확진자도 전날(5123명)에 이어 5000명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병상은 이미 포화 직전에 다다랐다. 수도권의 중증 병상 가동률은 이날 89.2%로 90%에 육박했다. 특히 서울(90.7%)과 충청권(95.0%)은 이미 90%를 넘어선 상황이다.
정부는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확진자의 재택치료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증 환자는 무증상 혹은 경증 환자와 별도로 관리돼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이미 재택치료 환자 역시 나날이 증가해 관련 인력 추가가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유입 사례가 처음 확인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40대 부부와 이 부부로 인해 함께 확진된 30대 지인의 ‘오미크론’ 감염이 최종 확인됐다. 이들 외에도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50대 여성 2명도 추가로 확인되면서 총 5명의 오미크론 감염자가 나왔다.
특히 부부는 백신 접종 완료자로 귀국 후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들 부부와 같은 항공기에 함께 탑승한 81명 중 45명이 국내로 입국해 추가 확인도 필요한 상황이다.
신규 확진자수 증가에 ‘오미크론’ 감염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1일부터 시행 중인 ‘일상회복’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는 분명 전파력이 훨씬 빠를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지금이라도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훨씬 높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 확산세가 가중될 것”이라며 “거리두기는 당연히 해야 하는데 너무너무 늦었다. 의료체계가 무너지면 경제도 없는데 정부가 너무 늦게 대처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자영업자 등 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좀 더 논의·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 회의를 비대면으로 열어 의견을 듣고 다른 분과에서는 서면으로 위원들의 조언을 받아 중대본에 전달할 방침이다. 거리두기를 강화하면 국민 일상에 큰 불편이 초래되고 경제적 피해가 예상돼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부는 ‘오미크론’에 대응하기 위해 3일부터 16일까지 내국인을 포함한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예방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10일 격리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3일 0시부터 나이지리아를 방역강화국가·위험국가·격리면제제외국가로 추가 지정한다. 이에 따라 방역강화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보츠와나, 레소토, 나미비아, 모잠비크, 말라위, 짐바브웨, 에스와티니 등과 더불어 총 9개국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