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행, 3개 배터리 공장 점검…일본과는, '동영상 기조연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시장 광폭행보에 속도를 붙인다. 미국에 이어 유럽, 일본 등과 연쇄 회동하는 자리를 갖고 ‘글로벌 스토리’ 경영을 본격화한다.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글로벌 스토리’는 글로벌 현지 이해관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윈-윈(Win-win)형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개념이다.
2일 SK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정‧재계 인사들과 만난 데 이어 이날부터 유럽에서 경제외교 활동을 이어간다. 또한 최 회장은 같은날 열린 ‘한‧일 경제인 회의’에도 영상으로 참석하는 등 동‧서를 가로 짓는 경제협력을 시작했다..
우선 지난달 27일부터 1일(이하 현지시간)까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최 회장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정‧재계 인사들을 연이어 만났다.
최 회장은 매코널 원내대표와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 공화•민주 양당의 지도자들을 만나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SK의 전략과 미국 내 친환경 사업 비전 등을 소개했다.
최 회장은 “2030년까지 미국에 투자할 520억달러(약 61조원) 중 절반가량을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에너지 솔루션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 미국 내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량의 5%인 1억톤(t) 상당의 감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테네시 주 지역구의 공화당 마샤 블랙번,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도 만나 “SK온이 이미 건설 중인 조지아 공장에 이어 포드와 합작해 켄터키, 테네시 주에 2027년까지 설립하기로 한 대규모 배터리 공장이 완공되면 3개 주에서 모두 1만1000여명에 이르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미 의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온과 포드는 최근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켄터키 주와 인접 테네시 주에 약 13조3000억원을 투자해 매년 215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129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2개를 건설키로 했다. SK온은 이중 약 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최 회장은 또 하원 외교위 아태지역 소위원장인 아미 베라 민주당 의원과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도 만났다. 이들과는 한미 우호 증진과 바이오 등 미래사업 투자 활성화, 기후변화 대처, 지정학 현안 등 폭넓은 주제로 환담했다.
최 회장은 베라 의원에게 “SK는 미국에 본사를 둔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기업 SK팜테코 등을 통해 미국과의 바이오 사업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베라 의원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1일에도 짐 팔리 포드 CEO와의 화상회의를 통해 켄터키 주 등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양사 간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약속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미국 내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SK뿐 아니라 한국 재계 전반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글로벌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며 “이는 ESG경영을 통해 글로벌 각지의 폭 넓은 지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1일부로 미국 일정을 마친 최 회장은 곧바로 헝가리로 이동, 유럽 경제행보를 시작한다. 당장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순방단에 합류하는 최 회장은 헝가리 상의회장 면담, 한국-비세그라드 그룹(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비즈니스 포럼 참석, 국빈만찬 참석 일정을 소화한다.
최 회장은 이어 코마롬시에 자리한 SK온의 배터리 공장을 찾아 현지 배터리 사업 현황을 점검한다. SK는 헝가리 코마롬시(연간 17.8 GWh생산)와 이반차시(30GWh)에 총 3개의 배터리 공장을 운영 또는 건설 중이다.
이외에도 최 회장은 2일 열린 ‘제53회 한일 경제인회의’에도 동영상을 통해 참석했다. 여기서 한국대표로 기조연설을 맡은 최 회장은 미국‧유럽 출장 중인 점을 감안, 미리 영상을 만들어 연설에 나섰다. 이날 행사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한일 경제협력 강화’를 핵심 주제로 한국에서는 최 회장을 비롯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한일경제협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