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통신연락선 복원"… '종전선언'엔 "적대 정책 철회" 조건
'베이징 남북정상회담' 기대감 솔솔… '냉온전술일뿐' 지적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내 주목된다.
3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할 의사를 표명했다.
앞서 김여정 당 부부장이 두 차례 담화에서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관계 개선 시그널을 보낸 데 이어 김 위원장이 직접 입을 연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 올해 7월 13개월만에 통신연락선을 복원했으나 2주만에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연락선을 일방적으로 끊었다.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의 연설에 따라 끊겼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및 군 통신선 등 남북통신연락선은 조만간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진전을 넘어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꺼내든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 보장", "타방에 대한 편견적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 태도·적대시 관점과 정책 철회" 등을 선결 조선으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통신연락선 재개가 남북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일부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신선 복원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특별한 말씀은 있지 않았다"며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2건, 미사일 발사, 김 위원장 연설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만 전했다.
아울러 미국이 이에 호응해 기존의 외교 방향성을 바꿀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김 위원장 발언과 관련 국내 언론들의 서면질의에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전제조건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있고 북한이 우리의 접촉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또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 외교를 모색하고 외교에 열려있는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했다.
또한 북한은 이달에만 3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의 연설도 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발표한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미사일 도발과 남북 대화 메시지를 교차로 내놓는,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북한의 '냉온전술'일 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허은아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선거철이 되자 북한은 병도 주고 약도 주는 식으로 국민감정을 자극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은 2018년 지방선거 직전 이뤄진 도보다리 만남의 결과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허무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은 정말로 망상을 버려야 한다"며 "대북 제재를 완화하면 북한이 순순히 평화의 프로세스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야말로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만큼은 목전의 선거가 아닌 엄중한 동북아 정세를 직시해주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정권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SNS에 "남북 합작 평화쇼가 또다시 시작되는 것을 보니 선거철이 다가왔나 보다"라고 힐난했다.
반면 여당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렇게 신속하게 답이 온 것은 매우 좋은 징조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시작으로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징검다리 건너듯이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을 달려가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메시지에서 정상회담을 언급하는 수준인 것으로 보아 어렵겠지만 (남북 관계 회복 등) 변화의 여지는 열려 있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 의원은 '남북 간 큰 이벤트가 있을 수 있다고 봐도 되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엔 "단정하는 건 성급하다"며 "정상회담을 하기까지 열 개의 계단이 있으면 지금 2, 3단계의 계단을 거쳐 간 정도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