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후 복귀해 사장 직속 이어 비중 커진 신설 온라인 사업부서 근무
공기업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도를 넘은 비위 직원 감싸기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aT는 사업비 횡령·공문서 허위 작성 등으로 감사원으로부터 해임 요구를 받은 직원을 솜방망이 징계해 과거 국정감사(국감)에서 비판을 받았지만, 해당 직원을 여전히 aT 핵심 부서에 배치하며 모르쇠로 일관해 논란이 예상된다.
30일 본지 취재 결과, 감사원 해임 요구를 받은 비위 직원 A씨는 현재 aT 나주 본사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몇 해 전 A씨가 사업비 예산 편법 진행과 횡령, 공문서 허위 작성 등의 비위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박근혜 정부 주도의 중동시장 진출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6년 2월 설립한 아랍에미레이트(UAE) aT 아부다비지사 초대 지사장으로 파견됐다.
그는 그 해 aT가 설치할 계획이었던 ‘K-Food 할랄홍보관’ 인테리어 비용이 UAE 한국문화원 예산으로 집행된 것을 확인하고, 인테리어 설치비용으로 확보된 자체 예산 2250여만원이 불용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부하 직원에게 특정 업무비 예산 부족의 이유를 들어 인테리어 설치비용으로 1070여만원을 사용한 것처럼 허위 지출결의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고, A씨는 이 중 수백여만원을 특정업무비로 편법 진행했다. 또 400여만원은 개인적으로 빌린 돈을 상환하거나 사적으로 쓰며 횡령했다.
이 같은 결과는 감사원이 이듬해인 2017년 3월 ‘재외공관 및 외교부 본부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A씨의 비위사실을 근거로 aT에 해임 요구를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aT는 그 해 4월 인사위원회를 통해 A씨의 횡령 건만을 심의하면서 감사원 처분 요구와 달리 정직 6개월을 의결했다. aT가 판단 근거로 내세운 관련 규정(인사규정시행세칙 73조 징계요구양정기준)은 ‘인사위원회는 징계혐의자의 비위의 유형, 비위의 정도 및 과실의 경중과 평소의 소행, 근무성적, 공적, 개전의 정, 기타 정상 등을 참작해 징계양정기준에 따라 징계사건을 의결한다’고 명시됐다. 당시 인사의원회는 A씨의 아부다비지사장 재직 시절 중동시장 개척 노력의 공적을 참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aT의 인사규정 시행세칙 관련규정의 ‘공금 횡령·유용 관련 징계양정기준표’에 따르면, 2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은 ‘정직’ 또는 ‘해임’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공문서 허위 작성의 경우 ‘파면’이다.
같은 해 국정감사에선 “aT가 제 식구를 감싼다”며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은 “해당 사건의 인사위원회는 전원 aT 임직원으로 구성됐고, 자체 직무관련 범죄 고발 세부지침에 따라 횡령금액이 200만원 이상이면 반드시 고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어떤 고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aT 인사위원회가 처음부터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A씨의 비위 사실이 적발된 이후 aT 아부다비지사는 얼마 안 돼 운영이 종료되고, 현재는 두바이 지사에서 중동시장을 관할 중이다. 일각에선 아부다비지사가 폐쇄됐을 당시 주 이유 중 하나로 A씨의 비위사실이 연관된 것 아니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비위 사실이 있는 A씨가 본사 핵심부서에서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정직 징계 처분을 받고 휴직 후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aT의 농식품거래소 내 이(e)커머스사업처 소속으로 근무 중이다.
aT 농식품거래소는 포스트 코로나에 따른 새로운 농식품 판로 확대와 유통방식 변화에 발맞춰 온라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지난해 6월 신설됐다. e커머스사업처는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확산된 비대면 거래 추세에 맞춰 국산 농축산물과 중소 식품기업들의 온라인 사업을 지원·전담하는 부서다. 농식품 라이브커머스와 디지털 콘텐츠 제작, 온라인 농산물 경매 등이 주요 업무다. 올 3월 취임한 김춘진 사장은 올해를 aT의 디지털 전환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하면서 해당 사업처 위상은 더욱 올라간 상황이다.
A씨는 앞서 전임인 이병호 사장 때 직속인 ‘지속가능경영실’에서도 근무했다. 지속가능경영실은 사장 직속으로 대내외 사업환경 분석, 신규 사업모델 개발 등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이 주요 업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마다 대하는 상황은 다를 수 있으나 비위 직원에 대한 주변의 불편한 시선도 있고 핵심 업무를 맡기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한직으로 물러나도록 하는 경우들이 일반적”이라며 “공기업의 윤리경영이 갈수록 강조되는 것과는 다른 방향의 조치라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aT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T 관계자는 “e커머스사업처는 핵심부서가 아닌 일반사업부서며 해당 직원은 온라인 사업과 무관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김춘진 현 사장이 해당 직원의 비위사실을 인지하는지에 대해 “관련 비위는 5~6년 전의 일이라 모를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