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戰㉓] 오리온 이경재 vs 롯데제과 민명기 'ESG 주도권' 경쟁
[CEO戰㉓] 오리온 이경재 vs 롯데제과 민명기 'ESG 주도권' 경쟁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09.2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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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포장재 규격 줄이고 8년째 가격동결 '착한포장' 호응
롯데제과 'Sweet ESG' 선포 2025년까지 플라스틱 25% 절감
주 타깃이자 가치소비 중시 MZ세대 대상 충성 고객 확보전
이경재(좌) 오리온 대표와 민명기(우) 롯데제과 대표. [사진=각 사, 편집=고아라 기자]
이경재(좌) 오리온 대표와 민명기(우) 롯데제과 대표. [사진=각 사, 편집=고아라 기자]

제과 ‘빅(Big)2’ 오리온과 롯데제과는 경영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경재(62·사진 왼쪽) 오리온 대표와 민명기(60·오른쪽) 롯데제과 대표는 주 소비층이자 가치소비(Meaning out, 지향하는 가치를 고수하면서 가격·만족도 등을 세밀히 따져 소비하는 성향)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탄소배출 저감과 친환경 포장재 도입, 건강지향 제품 개발 등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경재 오리온 대표와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ESG 경영에 집중하며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전 세계 ESG 투자자산 규모는 2020년 기준 40조5000억달러(4경5765조원)다. ESG 경영은 그만큼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국내선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가 기업 가치를 따질 때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경영 투명성 등 비재무적인 가치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필수 경영요소로 인정받는 추세다. 

제품 맛과 품질은 물론 ‘과자는 해롭다’는 인식을 깨고 착한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ESG 경영전략은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이경재, 전담조직 ‘그린 TFT’ 신설 탄소배출 절감 노력

오리온은 지난 2014년부터 윤리경영 일환으로 친환경 분야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며 포카칩 등 22개 대표 브랜드 과자 포장재 규격을 순차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이경재 대표가 취임한 2016년을 기점으로 친환경 경영은 더욱 강화된 가운데, 2017년엔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화합용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경 친화적 포장재를 개발했다. 

오리온은 이를 통해 이듬해 초코파이·포카칩 등 12개 제품은 환경부 녹색인증을 받았다. 국내 제과업계에선 첫 성과다. 오리온은 이듬해 70억원을 투자해 잉크 사용량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 인쇄방식인 ‘플렉소’ 설비를 도입했다.

가격인상 없이 제품 양을 늘리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는 오리온의 대표 ESG 성과로 꼽힌다. 포장재와 잉크 사용량을 줄이면서 얻은 원가절감분을 소비자에게 환원하는 취지로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초코파이·포카칩·오!그래놀라 등 인기제품을 증량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올해 제과를 포함한 다수의 식품기업들이 원가상승 압박에 따라 제품 가격인상을 단행한 반면에 오리온은 국내 전 제품 가격을 동결했다. 지난 2013년 이후 8년째 가격인상을 하지 않아 ‘착한 기업’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오리온은 ‘착한포장 프로젝트’를 통해 포장재 규격을 줄이는 대신 제품을 증량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오리온]
오리온은 ‘착한포장 프로젝트’를 통해 포장재 규격을 줄이는 대신 제품을 증량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오리온]
친환경 인쇄방식 ‘플렉소’를 도입한 주요 제품들. [사진=오리온]
친환경 인쇄방식 ‘플렉소’를 도입한 주요 제품들. [사진=오리온]
어느 마트에 진열된 오리온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마트에 진열된 오리온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이 대표는 올해 전담 조직인 ‘그린 TFT(Green Task Force Team)’를 신설해 친환경 경영에 힘을 실었다. 오리온은 그린 TFT를 중심으로 현재 한국법인 7개 공장과 중국·베트남 등 해외법인 11개 공장의 온실가스 저감을 노력하고 있다. 이 중 국내 익산공장은 저효율 냉동기를 고효율 냉동기로 교체해 연간 탄소배출량을 218톤(t)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익산공장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음식료품 배출권거래제 온실가스 감축 지원 사업장’으로 선정됐다. 

오리온은 건강 마케팅도 열심이다. ‘맛있는 건강’ 콘셉트의 오리온 닥터유 브랜드는 체력관리·다이어트에 관심이 큰 MZ세대에 각광 받으며 새로운 효자상품으로 등극했다. 단백질 등 건강기능성을 강화한 영양바(bar)·음료·젤리 등으로 상품을 다각화하면서 올 1~7월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5% 급증했다.

이 외에 코로나19 극복 차원에서 취약계층의 백신기금 1억원을 지원하고 전국의 선별진료소·임시검사선별소 806곳에 1억원 상당의 ‘오리온 간식박스’를 전달하는 등 사회공헌사업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민명기, ESG협의회로 직접 현안 챙기며 모범기업 도약

롯데제과는 민명기 대표가 취임한 이듬해인 2019년과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국내 900여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ESG 평가에서 2년 연속 A등급을 받을 정도로 친환경과 사회공헌 사업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민 대표는 올해부터 ESG 경영에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올 2월 선보인 친환경 종이 포장재 ‘카카오 판지’가 대표적이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열매 부산물로 만든 카카오 판지는 올 봄 시즌 초콜릿 가나·크런키 핑크베리 묶음 상품에 첫 적용됐다. 지난 4월엔 카스타드·엄마손파이·칸쵸 등 인기제품의 플라스틱 완충재 전량을 종이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들 제품의 완충재를 모두 교체하면 연간 470t 규모의 플라스틱 절감이 예상된다. 

롯데제과는 영업용 냉동탑차(350대)와 업무용 승용차(217대)도 2025년까지 전량 전기차로 대체할 계획이다. 친환경 전기차 전환 작업이 완료되면 연간 1000t의 온실가스 절감이 기대된다.  

롯데제과의 친환경 종이 포장재 ‘카카오 판지’가 적용된 가나·크런키 핑크베리 초콜릿. 해당 포장재는 한솔제지와 공동 개발했다. [사진=롯데제과]
롯데제과의 친환경 종이 포장재 ‘카카오 판지’가 적용된 가나·크런키 핑크베리 초콜릿. 해당 포장재는 한솔제지와 공동 개발했다. [사진=롯데제과]
민명기(가운데) 롯데제과 대표는 ESG 경영의 본격적인 실천을 위해 지난 7월 ‘Sweet ESG 경영’을 공식 선포했다. [사진=롯데제과]
민명기(가운데) 롯데제과 대표는 ESG 경영의 본격적인 실천을 위해 지난 7월 ‘Sweet ESG 경영’을 공식 선포했다. [사진=롯데제과]
어느 마트에 판매 중인 롯데제과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마트에 판매 중인 롯데제과 제품들. [사진=박성은 기자]

민 대표는 지난 7월 ESG 경영의 본격적인 실천을 위해 ‘스위트(Sweet) ESG 경영’을 공식 선포했다. 또 본인을 포함한 12명의 임원으로 구성된 ESG협의회를 구성했다. 민 대표는 Sweet ESG 경영 선포를 대내외에 알리며 해당 사업을 고도화해 글로벌 제과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중장기적으론 2025년까지 제품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양을 25% 이상 줄이고, 2030년까진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수준으로 감축할 방침이다. 2040년엔 탄소 중립·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RE100’ 실현을 목표로 삼았다. 

롯데제과는 농어촌 지역아동센터 ‘스위트 홈’과 무료 치과진료버스 ‘닥터자일리톨버스가 간다’ 등의 사회공헌 캠페인을 확대하고, 산업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한 ISO 45001 인증 획득에 나선다.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사회 전반의 신뢰를 얻어 ESG 모범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게 롯데제과의 궁극적인 목표다.

롯데제과는 이 외에 식물성 소재를 100% 사용한 빵 ‘V-Bread(브이-브레드)’를 지난달 첫 선을 보이며 국내 양산빵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이달부턴 대체감미료 사용의 무설탕 제품 개발 ‘ZERO(0) 프로젝트’ 전개를 알리며 가치소비 확산에 맞춰 활발히 대응하고 있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