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정책과 매물
[기자수첩] 부동산 정책과 매물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1.08.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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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에 큰 영향을 준다. 대규모 개발이나 신도시 조성 등 개발 정책도 영향을 주겠지만, 대출과 세금 등에 대한 규제와 완화도 집값에 큰 영향을 끼친다.

부동산 투기와 집값 잡기에 사활을 걸었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불거진 세종시는 현 정부 출범 후 매맷값과 전셋값이 모두 급등했고,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던 작년 6·17 대책 당시 규제를 피한 일부 지역에서는 풍선효과로 호재를 보기도 했다.

특히 대출과 세금, 임대차 계약 등에 대한 전방위 규제가 이어지면서, 시장 내 '매물'에 영향을 준 사례가 많다. 세입자를 위한다던 임대차법은 되레 전세 매물 감소를 불러왔고,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에 내놓기 위한 종합부동산·양도소득세 강화도 역효과를 불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집값을 잡기 위해 내걸었던 정책을 원래대로 뒤집는 것도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달 12일 재건축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 방안을 백지화했다. 정비사업을 통한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추진했지만, 임대차법과 상충한다는 지적 등이 제기됨에 따라 방향을 틀었다.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증가세를 보였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지난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22개다.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의무 방안이 백지화된 후 한 달여 만에 700개 이상 늘어난 매물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작년 6·17 대책으로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의무 방안이 제시된 후 작년 연말 2만개 밑으로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 매물에 큰 영향을 줬던 양도세에도 이목이 쏠린다. 올해 1월 4만개를 밑돌던 서울 아파트 매매 물량은 5월 말 4만4000여개로 늘었지만, 6월 양도세 중과 후 8월 현재까지 매물이 6000개 넘게 줄었다.

취재 중 만난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근 부동산 정책을 뒤집은 사례가 있는 만큼 양도세 또한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퍼지며, 매물이 더 둔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양도세 완화가 다주택자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양도세 완화가 매물 증가로 반드시 이어질 거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의무 방안을 뒤집자, 전세 매물은 늘었다. 기존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 오히려 매물을 늘릴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되는 만큼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도 회복이 요원한 모습이다.

seojk0523@shinailbo.co.kr